같은 울산인데…기온차 8℃ 이상

2025-07-04     김은정 기자
연일 35℃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울산 동구와 북구 해안 지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과 시원한 바람으로 지역민들의 ‘여름 피난처’로 주목받고 있다.

3일 낮 12시 동구 화암추 등대 인근.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산책에 나선 주민 백진용(60)씨는 “동구에서 40년을 살았는데, 염포산터널만 지나면 확 시원해지는 게 느껴진다”며 “다른 지역보다 최소 2~3℃는 낮은 것 같다. 덥긴 해도 선선한 바람이 계속 불어서 해안가를 따라 걷기 딱 좋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북구 정자 바닷가에서 만난 관광객 김나경씨도 “같은 울산인데 여기는 바람이 시원해서 훨씬 덜 덥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울산기상대 기준 한낮 최고기온은 36℃에 달했지만, 동구 방어동은 29℃, 북구 산하동은 33℃ 수준으로 3~7℃가량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

이런 흐름은 이번 주 내내 이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부터 7월2일까지 울산기상대(중구 약사동)의 최고기온은 각각 34.7℃, 34.3℃, 36.3℃였다.

반면 동구 방어동 울기관측소는 같은 기간 26.3℃, 26.2℃, 27.7℃로 기록돼 하루 최대 8.6℃까지 기온 차이가 벌어졌다. 북구 산하동의 정자 관측소도 같은 기간 34.6℃, 30.9℃, 28.9℃로 내륙보다는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런 경향은 지난해 여름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기상청이 울산 6개 주요 관측지점의 2024년 5~9월 월별 평균 최고기온을 분석한 결과, 동구 울기관측소는 전 기간 동안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 정자관측소 역시 7월을 제외하고는 울기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평균 기온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지역 간 기온차의 원인을, 해안가에 부는 해풍과 냉수대 현상에서 찾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도심 내륙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구조물이 햇볕을 빠르게 흡수하고 다시 열을 방출해 기온이 급격히 오르지만, 바다는 수온이 천천히 올라가기 때문에 인접 지역은 기온 상승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며 “특히 여름철에는 남서풍을 타고 바다에서 육지로 시원한 해풍이 유입되면서 해안가의 기온이 더 낮게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여기에 냉수대의 영향을 추가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울산을 포함한 강원 삼척과 부산 기장을 잇는 동해안 해역에 냉수대 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냉수대 주의보는 표층 수온이 주변 해역보다 5℃ 이상 낮을 때 내려지며, 냉수대가 형성되면 차가운 해수가 연안 기류에 영향을 미쳐 해안 지역에 시원한 공기층을 만들어낸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냉수대는 주로 연안에 형성되며, 인근 해역의 기온에 일정한 영향을 준다”며 “특히 냉수대가 여름철 해풍과 맞물릴 경우, 해안에 가까운 지역일수록 체감 기온이 더 낮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