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고 밥벌이 쉬나, 견딜 수밖에”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도 울산의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거리에 나선다.
숨이 턱 막히는 살인적인 무더위에 비오듯 땀을 흘리면서도 마스크를 쓰고, 계단을 오르는 이들의 여름은 초입부터 이미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3일 중구 태화동 일대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A씨는 땀이 줄줄 흐르는 채로 쓰레기가 담긴 마대자루를 정리하고 있었다.
중구는 폭염 시간대인 오후 1~3시를 피해 근무 시간을 조정하고 생수를 지급하는 등 대응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해가 떠오른 오전 8시만 돼도 거리의 열기는 숨이 막힐 정도다. 일정 안에 업무를 마쳐야 하는 구조상 긴 휴식은 어렵다.
A씨는 “해가 길어지니 오전 8시만 돼도 28℃까지 올라 바닥에서 열기가 올라올 정도”라며 “땀이 비오듯 흐르는데 먼지 때문에 마스크까지 써야 하니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택배기사 정효식(32)씨는 주 6일, 하루 9~10시간 울산 곳곳을 누비며 평균 250건의 택배를 소화하고 있다. 땀에 젖은 채 엘리베이터가 없는 다가구주택 5~6층을 오르내리는 것은 일상이다.
정씨는 “일을 시작한 지 4~5년 정도 됐는데, 올해가 제일 더운 것 같다”며 “잠시 차를 주차해두면 금방 차 안이 찜질방처럼 더워지고, 계단을 오를 때는 숨이 턱턱 막혀 여름엔 훨씬 더 빨리 지친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찾은 중구 구역전시장 일대도 폭염을 피하긴 어려웠다.
시장으로 들어서는 길목의 한 공사현장에서는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위 형광색 조끼를 입은 인부가 차량과 인도 사이를 오가며 팔을 뻗어 수신호를 보냈다. 땀에 젖은 모자 아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젖은 작업복은 몸에 달라붙어 숨조차 쉬기 힘들어 보였다.
시장 안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장 내부에는 아케이드가 설치돼 있었지만 쏟아지는 열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대부분 고령인 상인들은 손부채나 휴대용 선풍기에 의지한 채 장사를 이어갔다.
한 노점상인은 수건으로 땀을 연신 닦아내며 “먹고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날이 더우니 손님도 많이 줄었다”며 “아직 7월 초인데 이 정도니, 앞으로 남은 여름이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울산의 온열질환자는 총 3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8명에 비해 4배 이상 급증했다.
장소별로는 실외 작업장에서 13명이 발생했고, 운동장 및 공원 3명, 논밭 4명, 산 1명, 기타 6명이었다. 실내에서는 작업장에서 9명, 자택에서 1명, 기타 6명이 온열질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은 이날까지 7일 연속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다. 낮 최고기온은 36℃를 기록했다. 모레까지 36℃를 넘나드는 찜통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으니 야외활동과 장시간 작업을 자제하고, 영유아·노약자 등 취약계층은 수시로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며 “실내외 작업장, 논·밭, 도로 등에서는 기상장비가 설치된 곳보다 체감온도가 더 높을 수 있으니 각별히 유의 바란다”고 당부했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