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검찰권 분리에 대한 몇가지 생각

2025-07-07     경상일보

검찰을 기소청(일명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약칭 중수청)으로 분리하는 법안이 국회 심의중이다. 검찰은 기소청으로 바뀌어 수사는 하지 않고 경찰, 공수처, 중수청 등이 수사·송치한 사건의 기소 여부만을 결정하고, 중수청이 기존에 검찰이 하던 특수 수사 등을 맡게 된다고 한다. 검찰의 기능이 분리돼 문자 그대로의 소위 ‘검수완박’이다. 이러한 검찰 개혁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고, 지난주 대통령의 취임 한달 기자회견에서 “분리에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 점에 비추어 그대로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검찰에 몸담았던 입장에서 몇가지 소회를 밝혀 본다.

먼저, 검찰 개혁은 헌법에 합치되게 이뤄져야 한다. 권한이 분리돼도 법질서 유지와 인권 보장이라는 검찰권의 중추적 기능은 유지돼야 한다. 우리의 검찰 제도는 독일, 일본 등의 대륙법계에 속하나, 제헌 헌법에서 일제 강점기 경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큰 데 대한 반성으로, 사법통제로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규정해 검찰에 적법절차와 인권보장 기능을 부여했다. 그 동안 검찰의 직접 수사를 둘러싸고 과잉수사, 별건수사, 먼지털이 수사 등 남용의 논란과 함께 정치 편향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물론 검찰 사건의 90% 이상은 송치받은 사건으로 일반 형사사건이다. 범죄 척결과 인권 보장은 법치와 민주주의의 내용이므로 검찰 개혁도 이러한 준사법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최근 정성호 법무장관 지명자가 “국민이 납득할 검찰 개혁을 하겠다”고 밝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아울러 헌법 제89조에 검찰총장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임명하도록 규정돼 있어 ‘검찰’이라는 명칭을 지우는 것이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견제와 균형의 명분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다른 기관에 배분하는 것이 헌법상 권력 분립의 정신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실증적 비교법적 연구가 따라야 한다.

둘째, 수사와 기소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수사와 기소는 본질적으로 연결돼 있다. 수사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수사 결과를 토대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만 사실 인정과 법리 판단 등은 수사와 결정의 양 측면에서 상호 유기적으로 피드백된다. 또한 기능을 분리해 운영함으로써 자칫 책임의 분산 등 비효율이 생길 수 있다. 오히려 검찰의 직접 수사는 폐지하되 수사 지휘를 강화하는 것이 수사권 남용을 막음과 동시에 효율적 수사 및 인권 보장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수사권이든 기소권이든 법질서 유지의 국가 작용인데 기계적 분리로 자칫 이러한 작용의 효율이 저해되거나 그동안 축적된 범죄 척결의 국가적 노하우가 사장되는 것은 곤란하다.

셋째, 제도와 운영의 문제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과도한 수사나 정략적인 검찰권 행사는 검찰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측면이 크다. 검찰의 수사권을 권력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동기와 유혹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수사권이든 기소권이든 권력으로부터 독립돼 정치적 중립이 지켜져야 준사법기능이 바르게 작동할 수 있다. 정치가 검찰을 이용해서도 안되고 검찰이 정치에 야합해서도 안된다.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관건이다. 적법절차 준수, 공정성 실현, 인권 보장의 구현, 검사의 객관의무 실천 등 검사 개개인이 직업적 양심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사든 기소든 그 결과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묻는 평가시스템도 갖춰져야 한다.

아울러 수사기관간의 체계도 정비돼야 한다. 현재 ‘검수완박’에 따른 경찰의 1차적 수사 종결과 이의신청에 따른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 등으로 사건 처리의 지연이 심각하다. 공수처가 설립 취지에 맞게 제대로 기능하는지에 대한 비판도 있다. 최근 계엄 내란 수사를 둘러싸고 검찰·경찰·공수처간의 수사 관할에 혼선도 있었다. 전체적인 형사사법 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 검찰 해체의 상황에 이르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외부의 힘에 의한 제도의 변경이 따른다. 검찰권을 분리하더라도 권한의 남용은 막되 범죄 척결을 통한 기본권 강화에 도움이 되도록 설계돼야 할 것이다.

박기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