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태의 인생수업(1)]늦게 피는 꽃은 더 향기롭다

2025-07-07     경상일보

누구나 하루를 산다. 그러나 어떻게 사느냐는 각자의 태도에 달려 있다. 필자가 특별해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매일의 삶 속에서 질문하고 성찰하며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사람일 뿐이다. ‘정안태의 인생수업’은 정답을 말하려는 글이 아니다. 이 연재가 독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작은 발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세상은 빠르다. 어린 시절부터 속도를 요구당하며 자라고, 청년기에는 성취를 강요받는다. ‘지금 하지 않으면 늦는다’는 말이 인생을 압박한다. 그러나 자연은 전혀 다른 질서를 보여준다.

봄꽃이 앞다퉈 피는 계절에도, 몇몇 꽃은 느긋하게 여름 햇살 아래 피어난다. 늦게 피는 꽃은 때로 더 짙은 향기를 품는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늦게 도달한 깨달음은 더 깊고, 늦게 시작한 여정은 더 단단하다.

성 어거스틴, 아우구스티누스는 그런 삶의 증인이었다. 그는 청년 시절 방황과 쾌락 속에 살았다. 철학과 종교, 지식과 욕망 사이를 오가며 길을 잃었던 그는, 마흔이 넘어 신앙을 받아 들이고 쉰이 넘어서며 본격적인 저술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고백했다. “나는 당신을 늦게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늦지는 않았습니다.”

이 고백은 단지 신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 아니라, ‘늦게 피는 꽃은 더 향기롭다’는 진리를, 철학과 신앙으로 증명한 한 인간의 목소리이다. 누군가는 청춘의 초입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누군가는 중년에 이르러 비로소 진짜 삶을 만난다. 성장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성찰의 깊이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어떤 시작도 결코 늦지 않다. 중요한 건 언제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그 시작이 얼마나 진실한가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늦게 사랑했다”고 고백하면서도, “그러나 너무 늦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인생이 우리에게 기회를 건네는 방식에 대한 깊은 이해이자 수용이다. 삶의 무대는 빠른 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준비된 자에게는 언젠가 그에게 맞는 시간이 찾아온다.

늦게 핀 꽃은 긴 시간 뿌리를 내리고, 충분히 자신을 품은 뒤에야 세상에 향기를 내보낸다. 그 향기는 계절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깊이에서 비롯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조급함이 아니라 신뢰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으로 평가된다. 늦게 피는 꽃이 더 향기로운 까닭은 단순히 ‘늦었기 때문’이 아니라,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온전히 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나이에도, 어떤 시점에서도, 삶을 사랑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삶을 향해 가장 진심을 다할 수 있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진심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이면 충분하다.

“나는 당신을 너무 늦게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늦지는 않았습니다.”

정안태 <오늘하루 행복수업> 저자·울산안전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