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재명 대통령께 바란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한지도 한 달 정도 되었다. 처음이라 그런지 출발부터 좋은 조짐들도 많이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 하면 왠지 <삼국지>의 조조가 많이 연상된다. 조조가 보여준 인재 기용이나 특히 리더십은 유비나 손권보다 월등했다.
삼국지 ‘3대 전쟁’ 하면 관도대전, 적벽대전, 이릉대전이 있다. 이중 관도대전에서 조조가 보여준 일화 한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삼국지 초반 원소와 조조가 화북의 관도를 두고 싸운 전투가 관도대전이다. 처음부터 조조가 많이 열세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조조 편 일부 장수들은 비밀정보를 적장인 원소에게 제공하는 등 원소의 첩자가 되기도 했다. 그 와중 뜻밖에 원소의 책사인 허유가 원소에게 실망, 조조에게 투항했을 때 조조는 허유를 극진히 맞았다. 허유 정보로 원소 측 식량창고를 공략하여 관도대전을 성공으로 끌어냈다.
여기서 주목할 만 사건이 하나 있다. 관도대전 마무리 시점 조조의 최측근들은 불리할 때 적 편인 원소 측에게 비밀정보를 제공한 첩자들을 가려 엄단 해야 한다는 건의가 빗발쳤다. 조조는 즉석에서 인간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며 근거자료들은 내가 아예 볼 필요조차 없다. 바로 내가 보는 앞에 불살라 없애라는 말 한마디로 종결지었다.
언제 죽을지 불안에 떨고 있던 당사자들은 평생 조조에게 충성을 다하는 측근으로 변했다고 했다. 조조는 인간의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도 많이 저질렀지만, 세계 최초의 원호 정책 등 그에 상응하는 일도 많이 했다. 조조는 과거의 잘못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의 능력과 미래에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하여 능력 있는 인재를 많이 쓰는 캐릭터다. 요즘 독자들에게는 예전과 달리 삼국지 주인공이 유비에서 조조로 많이 바뀌어 가는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반수 가까운 득표로 국정 최고 책임자가 되었지만 기쁨보다는 책임감이 훨씬 더 크지 않았을까. 처음 국무회의 때 점심을 김밥으로 때워가며 장관들에게서 현안들을 챙기는 것을 보며 필자의 공직생활이 생각났다. 기초지자체에서 근무할 때 각종 업무 보고 시 청장이 실·과장들에게 묻고, 답했던 일들이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비록 행정의 최하급 단위였지만 일하는 과정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이 대통령은 풍부한 행정경험 때문인지 핵심을 빠르게 잘 파악하는 것 같다.
이제 우리가 선택한 대통령이기에 잘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하고, 잘못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게 질책해야 한다. 비상경제회의시 생동감 있게 질의하고 답하는 관료들, 대북방송 중단으로 접경지 주민들에게 환영받은 일,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정부와 기업은 원팀’임을 강조하며 규제 정비 약속은 인상적이었다. 상습침수지역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고, 방안 등을 제시하는 살아있는 토론이야말로 인재가 최소화될 수 있는 길이지 않을까.
가난으로 중학생 대신 소년공이 되어야만 했고, 그들이 바로 이 대통령의 중·고 동기생이었다. 여기에는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있다. 이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과반수에 가까운 분들은 개인의 사법리스크 보다는 리더십을 더 높이 평가한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작은 것도 경청하고, 쓴소리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 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 같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청정계곡 복원사업을 추진한 과정을 보면 산하 직원들에게 많이 환영을 받았을 것 같다. 기관장이 이해 당사자들과 같은 테이블에서 직접 토론하고 부닥치는 일은 흔치 않다. ‘이재명은 한다면 한다’라는 말은 이 같은 사례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초지일관 이런 자세로 국정에 임한다면 무엇이든 이룰 것 같다. 소수이긴 하나 전 정부, 고위직들도 희망에 따라 재기용한 것들도 보기 좋은 일이다.
중단된 의료개혁 및 양평고속도로도 조속히 진행돼야 하고, ‘87체제 헌법’도 이재명 정부 때 이 시대에 부합되는 헌법으로 개정이 완료된다면 전폭적 지지를 받을 것 같다. “제가 공직을 맡으면, 마칠때 지지율이 높았다”고 이재명 대통령이 공언한 말이 5년 후 꼭 실현되기를 바란다.
강걸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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