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조업 도시 울산, 이제는 AI로 실속 챙겨야

2025-07-08     서정혜 기자

울산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국가 기간산업의 심장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불황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휘청이는 모양새다.

특히 울산 경제를 떠받치는 든든한 축이었던 석유화학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중동의 막대한 설비 증설 영향으로 수년 새 업황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일부 제품은 팬데믹 기간 반짝 호황기를 맞았지만, 구조조정 지연과 공급과잉이 지속된 결과 대응할 힘을 잃고 말았다.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예고된 경고를 흘려들었던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또한 울산 경제는 구조적으로 저부가가치 중심의 제조업 중심이다. 국내 주력산업 가운데서는 반도체의 부가가치 창출이 가장 높고, 디스플레이, 기계 등이 뒤를 잇는다. 울산 주력산업 중 하나인 화학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반면 자동차와 조선, 정유 등은 부가가치율이 낮은 산업에 속한다.

울산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도시로 ‘생산기지’에 머무르지 않고, 그 위상에 걸맞은 ‘실속’을 챙기려면, 제조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AI(인공지능)로 대표되는 산업 전환기를 맞아 울산은 ‘제조 AI’를 기반을 생산성을 높이고 혁신을 꾀하는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산업수도 울산’을 넘어 지속 가능하고 실속 있는 성장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때다.

앞선 선진국 사례들을 보면 제조업 강국일수록 서비스업 경쟁력을 함께 키워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만들어왔다. 울산 역시 제조업의 기술혁신에 더해 서비스업 육성을 통해 산업 구조를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

지금까지는 제조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업과의 연계가 부족했다. 제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나아가려면 R&D, 금융, IT 등 서비스 분야와도 유기적으로 결합해 가치를 높이는 산업 생태계 혁신이 필요하다.

산업은 언제든 구조적 위기에 빠질 수 있고, 위기를 감지했다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울산은 좋은 시황이 지속되더라도 언제든 외부 환경이 급변하면 휘청일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변화의 조짐이 보일 때 과감히 구조 개편할 용기가 필요하다. 기업과 정부, 지자체 모두 산업 고도화와 체질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점검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정경부 서정혜 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