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울산, AI 혁신의 심장에서 대한민국 미래를 설계하다

2025-07-10     경상일보

대한민국의 산업지도를 바꾸는 일은 언제나 울산에서 시작됐다. 1962년 산업화 시대의 첫 단추였던 울산공업센터 조성 이후 울산은 조선, 석유화학, 자동차를 축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해왔다. 압축 성장의 상징, 산업수도로 불렸던 이 도시는 그 무게만큼 깊은 굴곡도 감내해왔다. 그리고 지금, 울산은 다시 한 번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이번엔 AI다. 지난 6월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은 단순한 기업 유치 행사도, 전시성 이벤트도 아니었다.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손을 맞잡고 추진하는 7조원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는 울산이라는 공간에 대한민국의 기술적 미래와 지방균형 발전의 전략을 동시에 투영한 역사적 장면이었다. 이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서버룸이 아니다. 향후 1GW급까지 확장 가능한 초대형 인프라는 AI 고속도로의 출발점이자, 글로벌 경쟁의 한복판에 진입하는 디딤돌이다. 산업과 기술, 에너지와 공간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플랫폼. 바로 그런 이유로 울산이 선택됐다.

울산은 오랫동안 ‘공장이 있는 도시’였다. 그 안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기계를 돌리고, 용광로를 지키고, 선박을 띄웠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새로운 동력을 요구하고 있다. 데이터가 석유를 대체하고, 알고리즘이 기술의 흐름을 주도하며, 공간이 아니라 연결이 핵심이 되는 시대.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프라가 경제의 중심축으로 이동하는 이 변화의 순간에, 울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건 매우 상징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출범식에서 ‘지방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출발’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수도권에 집중되던 AI 인프라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려는 국가 전략의 실험장이 바로 울산이라는 뜻이다. 진짜 변화는 이제부터다. 데이터센터가 세워지는 것만으로 도시가 바뀌진 않는다. 그 안에 사람, 기술, 제도가 유기적으로 엮여야 한다. 울산은 이미 전력 인프라, 산업단지, 항만 물류 등 물리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건 ‘인재’다. AI 산업을 이끌 청년,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설계할 창업가, 대학과 기업을 연결할 연구 인력이 이곳에 머무르고, 활동하고,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교육과 연결되지 않은 기술 유치는 허상이다. 울산의 대학과 고등학교, 직업교육기관들은 지금부터 ‘지역 AI 특화 교육’에 착수해야 한다. 코드 한 줄을 쓸 줄 아는 학생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데이터를 해석하며 기술을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

또한 정치와 행정이 해야 할 일도 명확하다. AI 특화 규제자유특구 지정, 에너지 공급 인센티브 확대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데이터센터는 울산의 풍경 속 일부로만 남을 것이다. 물리적 인프라 위에 제도적 인프라가 쌓이지 않으면 변화는 정착하지 못한다.

울산은 두 번째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전에는 기계와 강철이 주인공이었다면, 이제는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중심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지방정치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이제 정치인은 단순한 행정 대행자, 중앙 예산의 배분 창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정책을 기획하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설계하며, 지역의 고유한 성장 전략을 수립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중앙이 울산의 미래를 대신 설계해주지 않는다. 울산의 미래는 울산이 결정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지방균형 발전 전략, 디지털 뉴딜 정책, 탄소중립 도시 계획 등은 단기적 효과보다 중장기적 도시 전환을 염두에 둔 설계들이었다. 울산은 그 주요 대상지였다. 제조업의 중심에서 에너지 전환과 기술 집약형 산업 중심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지역이 함께 꾸려온 비전이 있었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계승하고 있다. 단절이 아니라 연속의 정치가 중요하다. AI 데이터센터 유치는 그런 연속성 위에 구축된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역 정치권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온 결과이며, 이것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제는 이 성과를 지역 성장으로 연결시키는 일이 남았다. 변화는 스스로 오지 않는다. 울산은 충분히 준비돼 있다. 남은 건 실행이다.

박성진 더불어민주당 울산 남구을 지역위원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