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평가 민원 시달리던 울산 교사 숨져

2025-07-10     이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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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울산에서 수행평가 민원에 시달리던 교사가 사망했다. 교육부가 오는 2학기부터 수행평가 운영 방식을 손질하겠다고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교사들의 책임 전가만 반복하는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쏟아져 보다 실효성 있는 개선안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말 울산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50대 교사 A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동료 교사들은 A씨가 올해 4월 중간고사 이후 치러진 수행평가 채점 과정에서 학부모 민원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증언했다.

수행평가 당시 학생들은 주관식 서술형 시험지를 푼 뒤 별도의 답안지에 답안을 옮겨 적도록 안내받았다.

문제는 한 학생이 답안지에 답안을 적지 않았고, 해당 학생의 학부모는 ‘문제를 풀었으니 점수를 인정해달라’고 학교측에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학교측은 수행평가 채점 지침에 따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학부모의 항의는 계속됐고, A씨는 2개월 이상 곤욕을 치렀다.

이는 수행평가 책임이 고스란히 교사 개인에게 전가되는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수행평가 점수가 비중 있게 작용하면서 채점을 하는 교사의 부담감은 더 커지고 있다.

지역 한 중등교사는 “사실상 학생들의 입시를 위한 수행평가와 관련해 교사들이 평가 준비부터 채점까지 모든 걸 감당하고 있다”며 “수행평가는 평가를 위한 평가로 전락한지 오래됐으며, 특히 주관식 문제 채점 과정에서 학부모와 학생 민원까지 감당해야 하는 시스템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2일 중·고등학교 수행평가는 반드시 수업 시간 내 이뤄져야 하며 부모의 도움이나 과도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도록 올해 2학기부터 운영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선안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울산교사노조 등 일선 교사들은 수행평가 제도가 교사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행정기조라고 지적했다. 교사 자율성을 보장하려면 단순히 시행 횟수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교과 성적에 반영되는 비중 자체를 재조정하는 등 제도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중등교사노조가 중고교 교사 255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8명 이상은 학교 수행평가 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봤다. 59.2%는 횟수 축소 및 난이도 조정, 19.8%는 전면 폐지, 6%는 과제형 수행평가 폐지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