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산업수도에서 AI 수도로]석화산업 위기 AI로 돌파

2025-07-10     이형중
울산은 반세기 넘게 대한민국 석유화학 산업의 심장으로 뛰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석유화학 산업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 중국의 자급률 상승, 글로벌 공급과잉, 환경규제 강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숙련인력 부족 등 복합 위기가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DNA를 지닌 도시다. 이제 울산은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고, 석유화학 산업의 대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울산의 변화는 현장에서부터 구체적으로 실행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는 국내 최초로 스마트 플랜트 개념을 도입한 이후, AI와 디지털 전환(D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플랜트 2.0’으로 진화하고 있다. 공정 자동 운전 프로그램, 고도화된 자동제어(APC), 설비 고장 예측 설루션, 통합 안전 모니터링 체계 등 40여개의 AI 기반 설루션이 실제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울산에서 개발된 AI 비파괴검사(IRIS) 자동 평가 설루션은 세계 최초로, 열교환기 결함 검사에 AI를 적용하여 정확도를 95%까지 높이고 검사 시간을 90% 단축했다.

울산의 AI 혁신은 안전관리 영역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최근 울산정보산업진흥원과 지역 AI 기업, SK에너지가 협력하여 생성형 AI 기반 실시간 안전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작업 단계별 위험 요소를 실시간으로 평가하고, 관련 법규와 작업 지침과 연동함으로써 사고 예방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상생 모델이자 울산형 산업 AI의 대표적인 실증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울산의 AI 도입은 단순히 현장 자동화에 그치지 않는다. 울산 AX랩을 중심으로 추진된 ‘수요 맞춤형 AI 설루션 개발·실증 지원사업’에서는 공정안전관리, 설비 비파괴 검사, 출하 작업 안전관리 등 총 5종의 AI 설루션이 개발·실증되었으며, 생산성 6.5% 향상, 공급 기업 일자리 33명 창출, 기술 제휴 4건 등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다. 올해는 화학·자동차부품 분야의 설비·공정 이상 진단 AI 시스템과 포터블 예지 보전 시스템 등으로 적용영역을 확대하고, 영남권 전역으로의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의 이러한 노력이 더 의미 있는 이유는, AI 기술을 현장에 실제 적용하고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개발·운영하는 실행력에 있다. SK이노베이션은 60년간 축적된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장에 맞는 AI 설루션을 대부분 자체 개발하고 있으며, 90여명의 시민 데이터사이언티스트(CDS)와 10여명의 AI·DT 전문가를 직접 양성하고 있다.

AI는 R&D, 생산공정, 공급망, 운영관리 등 석유화학산업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혁신을 이끌고 있다. AI 기반 자동화 설계와 시뮬레이션은 신제품 개발 속도를 높이고, 실시간 공정 데이터 분석으로 생산성과 품질을 극대화한다. 공급망 AI는 수요 예측과 생산 계획을 최적화하여 자원 낭비를 줄이고, 운영관리 AI는 설비 고장이나 이상을 조기에 감지해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한다. 울산은 이러한 AI 기술의 현장 적용을 빠르게 확산시키며, 글로벌 석유화학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울산의 저력, 그리고 AI를 통한 첨단 화학 도시로의 도약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를 밝히는 희망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이제 울산은 ‘AI로 정제하는 도시’라는 새로운 이름 아래, 글로벌 경쟁에서 다시 한 번 앞서 나가고 있다.

태원필 울산테크노파크 첨단화학기술지원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