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변호사, 사회정의를 위한 마지막 보루

2025-07-11     경상일보

변호사는 법치주의 사회의 핵심 구성요소다. 복잡한 법률 시스템 속에서 일반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고 정당한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나 피해자들에게는 말 그대로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한다.

필자가 변호사로서 사회정의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것을 처음 실감한 순간이 있었다. 1970년대 석면 공장에서 근무하다 병을 얻은 피해자를 대리한 손해배상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법정 다툼을 넘어, 변호사가 왜 ‘누군가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준 경험이었다.

1970년대 석면공장에서 일했던 근로자들은 1급 발암물질인 석면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당시 안전 기준이 미비했던 상황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퇴사 후 중피종 등 치명적인 질환을 앓게 되었다. 한 피해자의 증언은 특히 가슴 아팠다. 그는 석면질환으로 가족 넷을 잃었다고 했다. 형의 소개로 자신과 동생이 공장에 들어왔고, 그곳에서 부인을 만나 결혼했다. 부인의 동생인 처남도 함께 일했지만,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석면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개인의 비극을 넘어 한 가족 전체가 산업재해로 파괴된 참혹한 사례였다. 같은 회사를 상대로 한 유사 소송들이 대부분 승소했기에 이번 사건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석면과 석면질환의 상관관계가 이미 충분히 입증되어 있었고, 공장의 안전주의의무 위반도 명백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고, 회사는 책임을 끝까지 부인했다. 이 사건의 의뢰인은 1970년대 초반 해당 공장에서 근무했지만,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대부분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시간의 경과로 인해 증거가 소멸되고 증인들이 사라진 상황에서, 회사는 교묘하게 이 점을 이용해 의뢰인이 실제 근무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회사측에서는 무수한 근로자들이 죽어나간 사건 앞에서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의뢰인을 몰아세웠고, 방청석에서는 피해자들의 한숨과 탄식 울분이 터져나왔다.

법정에서 변호사는 단순한 ‘대리인’을 넘어, 누군가의 마지막 보루가 될 수도 있다. 특히 거대 기업을 상대로 개인이 홀로 맞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변호사는 힘의 균형을 맞춰주는 사회적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차근차근 질문하며 증인의 진술을 하나씩 검토했고, 증인 진술의 모순을 하나하나 드러냈다. 진실을 밝혀내고 정의를 구현하는 작업이었다. 결국 재판 말미, 판사가 직접 회사측 증인의 거짓 진술을 지적하며 증인신문이 끝났다. 사건은 결국 의뢰인의 완전한 승소로 끝났고, 의뢰인은 정당한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사건을 맡는다는 것은 단순히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누군가의 삶을 함께 짊어지는 일이다. 법률 문제는 차가운 조문과 논리로 다뤄지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안에 다양한 인간의 삶이 담겨 있다. 변호사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많은 것을 잃었거나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럴 때 변호사는 단순한 전문가를 넘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아직 변호사에 대한 인식이 마냥 어려운 존재로 남아있다. 높은 변호사 비용도 문제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시민들에게 변호사는 여전히 접근하기 어려운 존재다. 국선변호인 제도나 법률구조공단 등의 공적 서비스가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고 서비스의 질적 편차도 크다. 일부 변호사들이 과도한 수임료를 요구하거나 의뢰인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례들도 변호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시킨다.

변호사가 진정한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변호사 개인의 끊임없는 성찰과 노력이 필요하다.

완벽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수많은 변호사들이 의뢰인을 위해, 그리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문제점들을 정확히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이나라 법률사무소 율빛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