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울산, 에너지 혁신 도시로 도약한다

2025-07-14     석현주 기자

정부가 재생에너지 100%로 가동되는 ‘RE100 산업단지’ 조성에 본격 착수했다. 해상풍력의 중심지로 부상 중인 울산은 유력한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으며, 최근 국제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유치에 성공한 만큼 지역 경제계와 산업계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RE100 산단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세계적 과제, 그리고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국내 과제를 동시에 풀어가는 혁신 실험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 기업들이 RE100 산단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전력 문제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한다. 서버 운영, 냉각 시스템까지 24시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번 RE100 특별법이 시행되면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발전소에서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할 수 있어 전력비 절감 효과가 크다.

그러나 전기료 할인만으로는 부족하다. 입주 기업들에게는 세제 감면, 투자 공제, 고용 인건비 지원, R&D 협력, 국제 인재 유치 환경, 교육·의료·문화 인프라까지 ‘종합 패키지’가 필요하다. 특히 규제 제로, 원스톱 행정 서비스 등 같은 기업 친화적 환경은 필수다. 정부와 지자체가 기존 규제 틀을 깨고 창의적인 유치 전략을 마련해야 RE100 산단은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여기에 울산이 주목해야 할 또 하나는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과의 시너지다. 울산은 현재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의 후보지역으로 지역 내에서 에너지를 생산·소비하는 분산형 시스템 실험 유치를 준비 중이다. RE100 산단까지 더해진다면 울산은 대규모 산업용 전력과 지역 소규모 전력을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에너지 전환 선도 도시로 부상할 수 있다. 대기업 중심의 첨단 산업 성장과 주민·중소기업 중심의 분산형 에너지 참여가 결합되면 에너지 시스템 안정성, 지역경제 다변화, 글로벌 투자 매력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낼 것이다.

울산은 다른 후보지들과 비교해도 강력한 당위성을 가진다. 우선 국내 최대 해상풍력 단지 조성 계획, 수소산업 거점, 재생에너지 생산능력 등 에너지 인프라 측면에서 독보적 강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조선·자동차·석유화학 같은 전통 주력 산업의 에너지 전환 필요성이 가장 시급한 지역이다. RE100 산단은 산업 전환을 촉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미 AI 데이터센터, 수소산업 규제자유특구, 그린수소 실증 등 선도 사업을 다수 유치해 신산업 중심지로의 잠재력과 추진력을 검증한 지역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번 기회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울산은 물론, 한국 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 RE100 산단과 분산에너지 특구는 에너지 전환, 산업 혁신,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한꺼번에 풀어낼 혁신 실험대다. 울산이 이 두 가지 사업 모두의 무대가 돼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기회가 울산을 세계적 에너지 혁신 도시로 도약시키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석현주 사회문화부 차장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