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기적(汽笛) 소리와 함께 새로운 기적(奇蹟)을

2025-07-14     경상일보

일본을 다녀온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부럽게 생각하는 것이 완벽에 가까운 철도 교통 시스템이다. 일본의 철도는 안 가는 곳이 없을 정도로 동서남북을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하고 있다. 도쿄와 오사카를 비롯한 대도시는 지하철과 신칸센 등이 얽히고설켜 교통의 대동맥 역할을 한다. 1872년 메이지 시대에 시작된 일본의 철도 역사는 150여년이 넘었다. 개항을 통한 국제화와 전쟁에서 필요성에 따라 일본의 철도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20세기 들어서면서 철도의 편리성과 중요성을 절감한 일본은 정책적으로 철도에 남다른 공을 들였다. 덕분에 일본은 지금까지 철도 강국이라는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울산의 철도 역사는 1921년 울산과 대구를 잇는 조선중앙철도 경동선 가운데 울산과 경주 구간이 개통되면서 역사적인 첫 번째 기적이 울렸다. 중구 성남동에 울산역이 설치되었고, 1935년 동해남부선 개통으로 승객과 화물 운송에 일대 혁신이 일어났다.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산업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울산의 철도는 승객보다는 화물 운송 전담 철도에 가까웠다. 항만과 산업현장을 연결하는 철도 노선을 통해 공장에서 생산된 각종 제품이 전국으로 이송됐다.

울산은 동남권에서도 한쪽에 치우쳐 철도 교통의 사각지대 또는 소외지역이었다. 정부 또한 철도보다는 도로 중심의 교통정책을 펼쳐왔다. 기차를 통한 화물 운송이 줄어들면서 울산 철도의 비중과 기능도 함께 감소했다. 울산 사람마저 철도가 있는지 신경 쓰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3년 경부고속철도 울산역 유치가 확정되면서 바야흐로 울산 철도의 르네상스를 열게 됐다. 2010년 개통과 함께 고속철도 시대를 열면서 울산도 빠르게 철도 시대에 편승했다.

그러나, 여전히 동해남부선과 경부고속철도만으로는 철도의 목마름을 해갈할 수 없었다. 교통체증 없이 정시 도착하는 철도의 편익을 경험한 시민들은 열차 증편과 새로운 노선의 신설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화물에서 승객으로 수요와 비중이 이동하면서 울산 철도는 새로운 100년사를 맞았다.

동해남부선의 복선화, 울산과 부산을 잇는 동해선 개통, 서울과 강릉을 각각 연결하는 KTX와 ITX의 잇따른 개통으로 울산도 철도 도시의 토대를 갖추게 됐다. 도심을 달릴 트램에 이어 이번에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광역철도가 개통되는 시점에 울산의 동서남북은 철도망으로 촘촘하게 연결된다. 언제 어디서도 편리하게 철도를 이용하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광역철도는 동남권을 30분 생활권으로 만들어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광역철도는 교통망 확충을 넘어 초광역경제권 구축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5극 3특’ 전략이라는 이재명 정부의 국토 균형 발전과 고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광역철도가 관통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역세권이 형성되고, 도시 재생과 상권 회복,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개발이 가능하다.

울산에서 부산과 경남을 오가는 길이 편해진 만큼, 경남과 부산에서 울산을 오가는 길도 편리해져 교류는 한층 더 활발해지고, 관광산업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이다. 광역철도를 통해 동반 성장과 발전이라는 상생의 시너지효과가 창출될 것임이 분명하다.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소식과 동시에 개발에 대한 기대와 지역이 활력과 활기를 더하고 있다는 분위기만으로도 광역철도는 좋은 징조를 보인다.

애초 목표한 2031년 개통까지는 숱한 난관을 슬기롭게 넘어서야 한다. 이제 첫 관문을 어렵게 통과한 만큼, 광역철도가 거침없이 질주할 수 있도록 우리 울산과 부산과 경남이 힘과 지혜를 모아 중앙 정부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끌어내야 하는 숙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필자(筆者)와 우리 울산시의회는 울산 철도의 새로운 백 년을 향한 튼튼한 레일을 놓는 심정으로 힘찬 기적(汽笛)소리가 기적(奇蹟)의 함성으로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의정활동으로 뒷받침할 것이다.

이성룡 울산시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