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영의 버섯이야기(58)]울산의 십리대밭과 죽황

2025-07-15     경상일보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은 시가지의 중앙을 관통하는 태화강 주변에 조성되어 2019년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었다. 연간 500여만 명이 방문하는데 울산 거주자가 74.6%를 차지해 울산의 대표적인 휴식공간이자 제1의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대숲과 대밭은 혼용되어 사용되는데 밭은 경제적 가치에 중점을 둔 예전에는 ‘대밭’이라고 했고, 경제적 가치가 적어지고 숲을 강조하는 의미에서는 ‘대숲’이라고 부른다. 과거에 대나무는 소쿠리, 돗자리, 우산살, 부챗살, 붓통 등 생활용품은 물론 화살, 죽창 등 무기에 이르기까지 활용도가 높아서 대밭은 그야말로 울산의 큰 자산이었다.

대량생산 시대가 도래하고 플라스틱의 범람으로 대밭의 활용도는 예전보다는 크게 줄어들게 되어 이제는 주로 관광용 대숲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울산의 십리대숲을 비롯해 담양 죽녹원, 거제 맹종죽 테마파크, 기장 아홉산 대나무숲 등이 각 지역의 대표 관광 자원이 되고 있다.

십리대숲 인근에 살고 있는 필자는 늘 대숲의 버섯에 관심을 가져 왔다. 비만 오면 대숲으로 달려가곤 했는데 2010년 7월 대숲에서 요상한 모양의 버섯을 발견했다.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20여 권의 버섯도감에는 실려 있지 않아서 외국 사이트를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3일 만에 대만의 한 사이트에서 시라이아 밤부시콜라라는 것을 가까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죽황(竹黃, 대나무붉은떡병균)이었다. 죽황은 한방에서 열을 내리고 가래를 삭이며 어린아이의 경풍에 약재로 사용되기도 하고 죽황차로도 활용되어 왔다.

최근 죽황의 성분인 하이포크렐린과 시라이아크롬이 주목받고 있다. 하이포크렐린은 피부병, 당뇨, 암 등에 탁월한 치료 효과를 발휘하는 광역학적 치료의 광감응제로서 사용된다. 또한 시라이아크롬 A가 혈관생성 억제 효과가 강해 항암제로, 수용체 티로신 키나아제의 자가 인산화를 억제함으로써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제로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죽황의 활용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중국에서는 대량생산을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대나무는 울산시의 상징물로 홍보되고 있지만, 대통밥 전문식당은 물론 ‘대나무박물관’이나 ‘대나무연구소’조차 하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문화, 예술, 생활 전반에서 다양성과 다중 의미가 강조되는 이 시점에 우리는 이 십리대숲이 십리대밭도 되도록 노력해 이 대나무 군락이 울산의 진정한 또 하나의 ‘대밭’이 되기를 기대한다.

최석영 울산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