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울경 친환경 선박개발 좌초…K-조선업의 미래는?

2025-07-15     경상일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경제동맹이 민간 기업과 협력해 추진하던 첨단 친환경 선박 개발 사업이 정부의 국비 축소로 사실상 좌초됐다. 이 사업은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의 핵심 전략 과제이자, 수소선박 개발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맡을 중요한 실증사업인데, 정부의 일방적인 예산 삭감으로 사업이 무력화됐다.

이재명 정부는 ‘K-조선업’ 육성과 해양강국 실현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국가 미래의 비전을 약속했다. 정부가 진정으로 해양 강국을 꿈꾸고 있다면, R&D 예산을 삭감하는 비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 관련 예산을 더 증액해 조선업의 미래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해양쓰레기 처리 수소선박 사업은 수소와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을 개발하고, 선상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를 수소로 전환해 다시 선박 연료로 활용하는 미래형 친환경 기술 실증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 469억 원 중 부울경이 100억원을 지방비로 공동 부담한다. 이에 지난해 울산 13억3000만원을 포힘해 부울경이 사업비를 투입했다. 그러나 정부는 R&D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국비 지원을 대폭 축소했다. 이로 인해 지방비와 민간 자본만으로는 사업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울산시 등은 이미 투입한 지방비 반환을 추진 중이다. 정부의 무책임한 예산 삭감이 K-조선업 부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례는 단순히 국비가 축소된 문제가 아니라, 부울경 경제동맹 주도의 공동 협력사업이 중앙정부의 예산 정책 변화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로인해 상호 신뢰와 협력을 통해 지역 균형 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려던 부울경 경제동맹의 전략이 흔들리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과 민간에게 돌아간다.

이 대통령은 ‘친환경 선박의 조기 상용화’ ‘수소·메탄올·암모니아 연료 기술의 조기 개발’ ‘초격차 기술 지원’을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조선 현장에서는 관련 기술의 실증조차 제대로 시도되지 않은 채 사업이 포기되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졌다. 정부의 정책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했고, 현장에서는 예산 축소로 발목이 잡히는 처참한 모양새다. 친환경 선박의 패권은 구호가 아니라 기술 실증과 축적에서 출발한다. 만약 정부가 진정으로 해양산업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R&D 예산부터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력 없이는 공약은 공허한 선언에 불과하다. 이제라도 정부는 지역이 신뢰할 수 있는 정책 일관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