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산업수도에서 AI 수도로]AI 경쟁력, 전기 확보에 달려, 울산 맞춤형 전력수급 최적지
2025-07-15 이형중
이 보고서에 제시된 AI 시대 전력의 필수 속성, 즉 탄력성(Flexible), 안정성(Stable), 저렴함(Affordable), 청정성(Clean)을 ‘AI 전기의 4대 조건’이라 부른다.
이 조건은 AI 인프라의 입지를 결정짓는 기준이 된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실제로 데이터센터 부지를 정할 때 계통 유연성과 탄소중립 가능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 AI 산업의 전력 수요는 기존 산업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기존 산업이 피크 부하에 대비하는 것으로 가능했다면, AI는 처음부터 최대 수요를 전제로 설계해야 한다.
한국은 중앙집중형 송전망, 정태적 요금체계, 지역 간 수급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 수도권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산업단지가 몰린 비수도권은 송전 인프라와 전원 다양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약을 넘어설 수 있는 도시가 있다. 바로 울산이다. 해상풍력, 청정수소, 암모니아 연료, SMR 등 다양한 청정에너지를 바탕으로 분산형 전력 인프라 구축이 가능한 몇 안 되는 도시이며, 전통 제조업과 첨단 산업이 함께 밀집해 있어 수요 중심 전력 설계의 테스트베드로도 적합하다.
현재 울산 미포국가산단과 테크노산단에서는 ESS 및 재생에너지 연계 전력공급 실증이 추진되고 있으며, 울산이 유치한 100MW 규모 데이터센터는 LNG탱크의 냉열과 전력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지금은 ‘전력이 남는다’는 전제 아래 데이터센터가 수요자원으로 분류되지만, 향후 1GW수준까지 확장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려면, 울산형 분산에너지 전략이 정밀하고 체계적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울산형 분산에너지 전략은 공급자원의 종류와 물량은 물론, 계절별·시간대별 수급까지 정밀하게 고려하는 AI 대응형 지능형 전력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AI 전력 수요는 기존 설비 중심의 예비력 대응 방식으로는 감당이 어렵다. 따라서 수요지 중심으로 전력 흐름을 재설계하고, 고정적 수요에 맞춘 공급체계로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조정이 아니라, AI 산업시대의 전력 수급 전략을 좌우할 핵심 과제이며, 울산은 이 구조 전환의 최적지로 주목받고 있다. 청정에너지 중심 분산에너지 체제로 전력 패러다임이 전환하기 시작하는 지금, 울산은 AI 전기의 4대 조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유일한 도시다. AI는 단순히 전기를 소비하는 산업이 아니다. 이제는 전력 체계를 설계하는 산업이다. 울산이 그 전환의 첫 관문이 된다면, 한국은 AI 전력 시대의 선두 주자로 우뚝 설 수 있다.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