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선·플랜트 동시 파업, 울산경제 경고등 켜졌다
산업도시 울산이 어느 때보다 ‘격렬한 여름’을 맞고 있다. 조선업과 플랜트건설업 노동계가 ‘하투(夏鬪)’에 본격 돌입하며, 기업과 지역 경제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파업 장기화시 생산 또는 플랜트 공정 차질은 물론, 협력업체로까지 번지는 연쇄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K-조선’을 대표하는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1일 올해 첫 부분파업을 단행한 데 이어, 16일부터 3일 연속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이로써 회사는 3년 연속 파업을 이어가게 된다. 여기에 4개 조선사 노조 연합체인 ‘조선노연’도 18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주요 조선사들의 연쇄 파업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노조 측은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정년 65세 연장과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조선업 호황기에 걸맞은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측과의 의견 차이가 여전히 크다.
플랜트건설업계의 하투도 본격화되고 있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한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는 15~16일 이틀간 부분파업을 단행한다. 일급 1만2000원 인상, 정기보수공사 시 1.5배 임금 지급 등을 요구하는 노조와 사용자 측(플랜트건설전문업체 104곳)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지역 126곳의 플랜트 건설 현장에 분산 배치돼 있는 조합원 1만5000여명의 작업이 중단돼 플랜트 신축 공사와 유지보수 전반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된다. 특히 S-OIL의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에는 약 3000명의 조합원이 투입돼 있어, 파업이 본격화될 경우 심각한 공정 차질이 예상된다.
조선업은 수주 급감으로 4년 만에 슈퍼사이클의 피크아웃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석유화학업계는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과 플랜트 업계의 동시다발적 파업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산업 전반의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산·수출 차질과 납기 지연, 협력업체의 연쇄 피해뿐 아니라 지역 내 소비 감소와 고용 불안까지 이어질 우려가 크다.
지금은 감정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각자의 입장만을 고수하며 갈등을 키우는 순간, 결국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노사 모두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한 ‘상생의 해법’을 모색하는 열린 자세와 책임 있는 태도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