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사람은 사람들 속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기말고사 시험이 끝났다. 한 학기가 마무리되고 있다. 아이들은 바쁜 시간을 보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할 뿐이다. 누구든…. 아이들도 최선을 다했다. 우리가 그랬듯. 시험 기간 아이들의 표정은 덤덤했다. 그 마음이 짐작돼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은 삶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다. 누군가에게 떠넘기지 않았다. 부담감을 스스로 감당하려 노력했다.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애를 썼다. 대견하다.
시험을 보고 나니 한 학기가 끝나간다. 시험에 집중하느라 다른 일에 몸과 마음을 두기 힘들었다. 아이들의 현실이다. 아니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안타깝다. 살기 위한 준비…. 생존을 위한 준비…. 학창 시절 나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버스에 끼여 0교시부터 9교시 그리고 다시 야간 자율학습 또다시 주말 자율학습까지. 학창 시절 내내 시간에 쫓겼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많은 시간 함께 활동한 경험이 부족했다. 그래서인지 서툴다.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어색하다. 함께하는 힘이 부족하다. 적어도 나는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어른이 된 우리들은 모두 함께 ‘사는’ 힘이 부족하다. 그래서 학교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학교는 생존을 넘어서서 삶을 위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함께 ‘사는’ 힘이 필요하다. 서로를 ‘만나는’ 경험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에게…. 서로 소통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자기의 생각과 마음은 무엇이며 상대방의 생각과 마음은 무엇인지 이해하고 표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학교는 여전히 서로를 만나는 시간이 부족하다. 아쉽다. 그래도 조금씩 학교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삶의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시험이 끝난 학교는 아이들이 만나는 시간으로 구성된다. 진로 탐구 프로젝트, 자율적 교육과정, 학생 자치 한마당, 학생회 선거, 스포츠 클럽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서로를 마주할 것이다. 다행이다.
오늘 우리 아이들은 졸업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표정은 그저 예쁘다. 모두 뽀송뽀송한 피부에 한껏 화사함을 더해 생기기 넘친다. 지금은 아이들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아이들의 오늘을 응원한다. 아이들은 고등학교 시절 3년을 마무리하고 있다. 밝고 예쁜 아이들의 미소 속에 많은 시간과 경험이 담기기를 기원한다. 누구든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 위한 힘이 필요하다. 그것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그러나 때로는 의지하면서 서로를 도와가면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 모두는 모두로부터 존중돼야 한다. 우리는 각자 온전한 존재로 존중받고 살아가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식물은 땅속에 뿌리를 내린다. 사람은 사람들 속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학교는 아이들이 서로의 시간과 공간 속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함께하는 경험이 있는 곳’이어야 할 것이다.
이현국 삼산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