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꽃을 지켜주세요!
2025-07-17 권지혜 기자
태화강 둔치 일대에는 2022년부터 총 5만500㎡ 규모의 그라스정원을 조성했다. 다양한 품종의 그라스와 여러 초화류를 도입해 계절별로 다채로운 자생 식물, 가을 국화, 겨울 그라스 등을 선보이며, 시민이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정원의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여천천 4㎞ 구간은 봄의 목향장미와 꽃잔디, 여름의 붉은인동과 가우라, 가을의 샤프란이 어우러져 사계절 정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또한 2024년부터 운영 중인 ‘행복정원사’ 양성과정은 주민들이 직접 정원을 설계하고 관리하면서 정원문화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장생포 일대는 수국 41종, 약 3만 송이를 비롯해 ‘봄의 테마정원’ ‘라벤더 정원’ 등을 갖춘 테마정원으로 관광자원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2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장생포 수국축제’는 지난해 누적 관람객 60만명을 돌파하며 전국 대표 수국 축제로 자리매김했고, 전국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선암호수공원 일원에서는 치유의 숲을, 남산 일대에서는 ‘남산의 정원’을 조성하고 있어 주민들에게 쾌적하고 건강한 녹지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치유트래킹, 식물요법 치유 프로그램 등을 포함한 치유정원 조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옛 울주군청 청사 부지에 옥동 도시재생 공영주차장 조성과 함께 울산 센트럴가든이 들어서며 또 하나의 정원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도심 속 자연의 숨결을 품은 이 정원에는 블루엔젤 외 교목 13종, 관목 23종, 지피류 31종이 식재되어 있으며, 돔 모양의 조형물, 석재 조형등, 장식 토분 등이 유럽풍으로 디자인돼 특색 있는 정원이자 주민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이 정원에서 꽃을 무단으로 채취하거나 가져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꽃이 갑자기 사라졌어요, 꽃을 지켜주세요’라는 팻말을 설치해야 했을 만큼, 정성껏 심고 가꾼 꽃이 뽑혀 나간 자리를 마주할 때마다 정원을 돌보는 사람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러한 일은 센트럴가든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는 태화강 그라스정원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가을이면 은은한 하얀 물결을 이루는 화이트뮬리는 사진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아름다움 뒤로 꽃을 잘라가거나 뿌리째 뽑아가는 무단 채취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남구 곳곳의 정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고 있으며, 이는 일부 개인의 잘못된 행동이 전체 시민이 누려야 할 쉼과 감동을 앗아가는 일이다.
울산은 다가오는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를 준비 중이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울산이 꽃과 정원, 자연을 품은 지속가능한 도시로 도약하는 소중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행정의 노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정원을 아끼고 지키는 시민의식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정원은 누구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다.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보고, 향기를 맡고, 미소 짓는 그 순간의 기쁨은 정원이 온전히 유지되고 가꿔질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한송이 꽃도, 작은 풀 한포기도 도심 속 생명의 상징이다. 그 소중함을 지키는 일은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도시 유산이 될 것이다. 더 많은 이들이 자연 속에서 위로를 받고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의 정원을 함께 지켜주길 바란다. 남구의 꽃길은 바로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과 행동 속에서 더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다.
성진화 울산 남구 정원녹지과 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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