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대 의대, 지역 의료자립의 구심점으로 거듭나야
울산시와 울산대학교가 16일 ‘지역의료와 울산의대 상생발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울산의대 교육과정의 질 향상, 임상실습 강화, 전공의 정주 유도, 지역의료 협력 확대 등 실질적 실행 방안을 시와 대학이 보조를 맞추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울산대가 밝힌 의대 학습장을 울산으로 연내 완전 이전하고, 실습 비중을 울산대병원 중심으로 확대하는 등의 교육 정상화 작업과 맞물려 추진되는 조치로, 지역의료 자립 기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988년 개교한 울산대 의대는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라는 공공적 목적 아래 신설 인가를 받았지만, 실제 운영은 오랫동안 서울 중심이었다. 전체 6년 교육과정 가운데 실질적인 수업과 실습 대부분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졌고, 울산에서는 예과 1학년 교양수업만 이뤄져 ‘울산에 없는 울산의대’라는 비판이 따랐다. 이에 교육부가 2021년 울산캠퍼스 내 수업 정상화를 지시했고, 울산대는 기초의학 교수 30명 울산 이전, 해부실습실 조성, 실습 비중 조정 등 보완 조치를 단계적으로 이행 중이다.
이번 협약은 울산대 의대의 교육 정상화를 학교 내부 과제로 한정하지 않고, 지역사회 전체의 협력 과제로 확장한 것이다. 울산시는 행정·재정적 지원으로 정주형 의료인력 양성 체계를 안정화하고, 의대 정원 확보와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중앙정부와의 협의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울산의대 역시 울산 실습자에게 장학금, 숙소 등 유인책을 제공하며 정착률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울산은 단일 의대 체제를 갖춘 도시인 만큼, 교육·의료·행정이 통합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닌다. 부산·경남이 다수 의대와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거버넌스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울산은 더 단순하고 일관된 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나 글로컬대학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울산형 의료인재 육성 모델을 완성한다면, 전국적인 정책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과제도 있다. 울산의대는 2024년 한국의학교육평가원으로부터 ‘불인증 유예’ 판정을 받은 만큼, 내년 2월 예정된 최종 인증 획득까지 교육 인프라와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완성해야 한다. 또한 서울아산병원과 연계한 고급 임상교육 기회를 유지하면서 지역 실습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적 균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주형 교육이 실제 지역 의료계의 인력 유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전공의 확보, 취업 연계, 개원 지원 등 중장기적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 울산대 의대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광역시 울산의 의료 생태계를 복원하고 자립시키는 중추로 거듭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