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검사 1초” 학생 건강검진 하나마나
울산에서 이뤄지는 학생 건강검진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학생 건강검진은 학교보건법에 따라 학생들이 건강검진 기관을 통해 학교건강검사규칙이 정하는 항목에 대해 검사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1·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학교와 가정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질병이나 신체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해 건강한 학교생활을 하도록 돕기 위해 실시된다.
학생들은 학교장이 지정한 지역 병·의원 등 검진기관에 방문해 구강·눈·병리검사(소변, 혈액, 결핵, 혈압) 등 10개 영역을 검사받는다.
하지만 올해 건강검진에 참여한 학부모 사이에서 검진 시간이 지나치게 짧고, 주요 항목이 제대로 점검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잇달아 제기됐다.
남구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구강검사를 한다며 아이에게 ‘입 벌려보라’고 하고는 1초 만에 검사를 끝냈다”며 “척추에 대한 진찰은 형식적인 문진에 그치는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역 A병원은 지난달 중순 학생들에게 척추검사를 포함한 의료진의 문진과 진찰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건강검진을 받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면서 재진찰을 원하면 다시 내원해달라고 안내했다.
울산은 지난해 학생들의 눈과 치아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바 있다.
교육부가 공개한 ‘2024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 건강검진에서 울산 학생의 시력 이상 비율은 59.4%로 서울(62.4%), 대구(60.2%)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충치 비율은 24.7%로 세종(35.5%), 경남(29.9%)에 이어 상위 3위를 차지했는데, 전국 평균(18.70%)을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성장기 학생 특성상 조기 검진과 예방 관리가 중요한데, 검진이 형식화되면 건강문제를 놓치기 쉽다고 우려한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이번 여름방학을 활용해 검진기관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진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과 평가를 강화해 검진의 질을 높이고, 학생 개별 건강관리와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건강검진 부실과 관련된 민원이 접수될 경우 검진기관과 협의하거나 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있지만, 전수조사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