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디지털 기술이 바꾸는 울산 농업의 미래

2025-07-21     경상일보

울산이 초대형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성과를 넘어, 울산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정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사업을 유치한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제조업 중심의 산업도시에서 첨단 디지털산업 중심지로의 대전환을 실현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산업 지형의 변화에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대응하고, 과감한 지원과 행정 리더십으로 지역의 비전을 실현하고 있는 울산시의 전략과 추진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은 농업 분야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 올해 울산시가 추진한 ‘벼 병해충 드론 공동방제 사업’은 디지털 기술이 농업 현장에서 어떻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총사업비 6억2400만원 규모로, 울산시 50%, 구·군 20%, 농협·농민 자부담 30%의 재원 구조를 통해 운영되고 있으며, 총 2100여 농가, 2150㏊에 달하는 면적에 드론을 활용한 병해충 방제가 실시되고 있다.

공동방제 체계를 울산농협이 주도적으로 운영하여 고령화로 인한 농촌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방제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농업인의 삶의 질과 농업 생산성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 외에도 농소농협은 지역 농업인을 위한 ‘보급형 스마트팜’ 시설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자동 온·습도 조절, 에너지 절감,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한 스마트팜은 청년 농업인도 효율적인 시설재배가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실제 이용 농가들은 노동력 절감과 수익성 향상 효과를 체감하고 있으며, 청년 농업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울산시와 울산농협은 단순한 기술 보급에 그치지 않고, 농업인을 대상으로 맞춤형 디지털 기술 교육을 병행하여 농업인이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농업인을 단지 첨단기술의 수혜자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미래 농업의 주체로 세우는 ‘사람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사는 하늘과 땅이 짓는다는 말이 있다.

하늘과 땅의 기운을 모으고 햇빛과 비와 바람을 불러 짓는 것이 농사라고 한다. 그만큼 ‘상수’보다는 ‘변수’가 많은 산업이다. 이제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이러한 변수를 줄이고 예측할 수 있고, 관리가능한 상수를 높여야 한다.

농업은 다른 어떤 분야에 못지않게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하는 AI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분야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의 첨단 디지털 기술 적용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하겠다. 농업분야에 디지털과 AI 기술이 확대 적용되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형태의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농업은 여전히 많은 위험과 불확실성이 상존하며, 고령화와 기후변화 등 복합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드론, 스마트팜, AI 기술과 같은 혁신적인 도구들이 농업의 현실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예산 확보, 인재 양성, 제도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번 AI 데이터센터 유치라는 기쁜 소식이 디지털·AI 농업으로의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이종삼 농협중앙회 울산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