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重 ‘통 큰’ 제안에 노조 화답…조합원 선택만 남았다
HD현대중공업 노사가 59일 만에 극적으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양측은 조선 호황기에 걸맞은 보상 규모와 방식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으며, 이 과정에서 4차례 부분 파업과 지부장 단식 등 갈등이 지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은 기본급과 격려금 등 창사 이래 가장 파격적인 ‘통큰’ 제시안을 내놓았고, 노조가 이에 화합하며 18일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오는 22일 조합원 찬반투표 절차가 남아있지만, 예년보다 빠른 속도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것은 고착화된 갈등 구도를 벗어나 상생을 향한 새로운 노사 관계의 가능성을 확인한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사측은 지난 9일 첫 교섭에서 기본급 12만 7000원 인상과 격려금 500만원 등 변동급만 2000만 원이 넘는 제시안이 거부되자, 다시 한번 기본급 13만3000원 인상, 격려금 520만원, 특별 인센티브 약정임금 100% 등 창사 이래 가장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이는 동종 경쟁사인 한화오션의 제시안보다 기본급은 1만원 이상 높고, 격려금도 차이가 나는 조건이다.
이는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관세 부과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대외 환경 속에서도, 회사가 구성원과의 신뢰 회복을 위해 내린 통 큰 결단이라 할 수 있다. 노조도 미래를 위한 진정성 있는 사측의 제시안에 손을 맞잡으며, 조합원들의 선택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여름휴가 전 타결을 통해 신뢰와 화합의 노사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노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선업 호황에 따른 기대감이 높아진 시점에서 사측은 기본급과 격려금, 성과금 등에서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따른다’는 원칙을 지켰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최근 수년간 기본급을 꾸준히 10만원 이상 인상하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왔다.
올해 울산 산업계는 조선을 제외하면 대부분 어두운 전망 속에 놓여있다. 플랜트 노조는 파업 준비에 들어갔고, 자동차와 석유화학 업계도 관세 인상과 공급 과잉 등의 여파로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현대중공업이 가장 먼저 교섭을 마무리하는 것은 울산 산업계 전체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임금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수년간 불황을 견뎌온 조선업계에 안정과 신뢰, 그리고 지속 가능한 훈풍을 안겨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는 조합원들의 선택만 남았다. 회사의 결단에 조합원들이 화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