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들끓는 도심 빈집, 방역도 못해 골치

2025-07-21     김은정 기자
#울산 동구 화정동 빌라 주민 A씨는 최근 부쩍 늘어난 불청객 때문에 겪는 불편을 호소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방충망에 붙기 시작한 정체 모를 벌레떼가 늘어난 원인을 찾던 중 인근의 한 빈집 나무 근처에 벌레가 모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빈집 인근에 자란 무성한 수풀과 담장을 넘어온 나무들이 정리되지 않고 쌓여 있다 보니 습한 여름 벌레들의 서식지로 변한 것이다.

최근 울산 도심 속 빈집이 늘어나면서 인근 주민들이 해충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의 ‘빈집애’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울산의 전체 빈집은 총 1849채다.

이 중 일부는 농촌 등 외곽 지역에 분포해 있지만 상당수는 도심권에 몰려 있다.

특히 원도심 등 주택밀집 지역은 건물 노후화와 인구 유출이 맞물리며 빈집의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농촌의 빈집은 상대적으로 주변과의 간격이 넓어 피해가 제한되지만 도심 속 빈집은 주거지가 서로 맞닿아 있어 발생하는 해충이 곧바로 주변 이웃의 생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빈집 안에 폐가구나 자재 등이 쌓여있으면 바퀴벌레, 개미 등이 꼬이기 쉽고, 집 안에 방치된 수풀이나 나무, 화분 등이 모기와 같은 해충 번식 확률을 높인다.

지역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수풀이 우거지거나 나무가 있는 빈집은 해충이 특히 많이 발생한다”며 “마당 등에 물이 고인 채 오랜 시간 남아있게 되면 모기 유충의 서식지로 바뀌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각 지자체는 여름철마다 증가하는 해충 민원 해소를 위해 주기적으로 주요 발생지와 공원, 도로 등에 방역을 하고 있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빈집 대부분이 사유지라는 점이다.

민원을 접수한 지자체가 방역하거나 환경을 정비하려면 소유주의 동의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장기간 방치된 빈집의 경우 소유자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연락이 되더라도 협조를 꺼리는 경우가 잦아 근본적인 원인 제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다른 보건소 관계자는 “인근 빈집에서 벌레가 나온다는 민원을 많이 받아도 원칙적으로 사유지다 보니 행정에서 무단으로 출입하거나 방역할 수 없다”며 “심각한 위해가 우려될 때는 소유주에게 연락해 허가를 받아서라도 정비해야 하지만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인근 도로나 문 앞 정도에 방역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