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된 이상기후…울산도 대비 서둘러야

2025-07-21     석현주 기자
집중호우로

울산이 ‘기후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의 한복판에 서 있다. 최근 전국을 강타한 기록적 폭우와 이어지는 폭염은 울산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한 달 평균 기온이 40℃에 육박하고 한 시간에 100㎜가 넘는 물폭탄급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극단적 기후가 앞으로는 일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강한 폭우가 짧고 굵게 쏟아지고, 9월 말까지 폭염이 이어지는 ‘기후 감옥’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런 기후위기가 인명·재산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 뉴노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울산지역 누적 강수량은 171.9㎜다. 최대강수량은 332.0㎜에 달했다. 이 기간 공공시설 17건, 사유시설 2건 피해가 발생했다. 침수에 대비해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고, 곳곳이 교통통제되기도 했다. 상수도를 공급하는 송수관로가 파손돼 울산 일부 지역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이뿐 아니라 울산의 세계유산인 ‘반구천(반구대) 암각화’도 등재 일주일 만에 또 다시 물에 잠겼다.

허민 국가유산청장도 반구대 암각화를 찾아 안전 상태를 직접 점검했으며, 현재 국가유산청은 피해 유산 주변 통행 제한, 응급조치, 2차 피해 방지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번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총 8건의 국가유산 피해도 확인됐다. 사적 3건, 보물 2건, 국보·명승·국가등록문화유산 각 1건이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시간당 100㎜가량의 비가 퍼붓는 이상 현상이 ‘뉴노멀’이 된 만큼 지자체 등도 도시방재 계획 전반을 재검토하고 신속히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 온도가 1℃ 오르면 공기 중 수증기량은 약 7% 늘고, 해수면 온도 상승까지 겹치며 대기는 포화 상태에 가까워진다. 이 수증기가 한꺼번에 비구름으로 응결되며 시간당 100㎜ 안팎 폭우로 쏟아진다. 서울 강남(2022년), 충북 오송(2024년), 미국 텍사스 등지에서 벌어진 대홍수도 같은 맥락이다.

비가 그치자 마자 울산에 폭염이 몰려온다. 20일 울산지역은 32℃를 기록했고, 이번주 30℃ 이상의 더위가 지속될 전망이다.

그야말로 더 이상 폭염과 폭우가 예외적인 날씨가 아닌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극단적인 폭염→전례없는 폭우→비 그치면 또 폭염’과 같은 현상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도 기후 변화는 이젠 이변이 아닌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폭염연구센터장은 “이제는 2주 이상 꾸준히 내리는 장마 대신 강력한 집중호우와 40℃ 넘는 폭염이 한여름 기본값이 될 것”이라며 “무더위가 9월 말까지 이어지고, 태풍 역시 더 강력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번 사태를 두고 김희종 울산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장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구조적 위기’로 규정했다.

김 실장은 “우리는 단순히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적응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극한 기후에 맞서려면 도시 설계, 인프라, 정책 모두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집중호우 빈도와 강도는 지금보다 커질 것”이라며 “침수 반복 지역, 폭염 취약 계층·지역은 이미 데이터로 파악 가능하다.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도시계획을 바꾸고, 복원력(Resilience) 중심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제는 시민 한 사람, 한 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며 “지역사회가 빠르게 위험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 대응 체계를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