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인을 위한 나라? 울산 교통 현실은 아직 갈 길 멀다
울산 지역에서 노인 보행자 대상 교통사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고는 노인보호구역 안팎을 가리지 않고 일상 곳곳에서 발생하며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고령 인구의 급증에 더해 무단횡단 같은 위험한 보행 습관, 고령층을 고려하지 않은 보행 인프라 및 신호 설계, 실효성이 부족한 보호구역 제도, 운전자의 배려 부족과 교통법규 위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도로공단 자료를 보면 울산 지역의 노인 보행 교통사고 건수는 2024년 242건으로, 최근 3년 사이 약 30% 증가했다. 사망자 수는 2024년 14명으로, 2022년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났다. 울산시와 경찰청은 노인보호구역을 2024년 기준 135곳까지 늘렸지만, 보호구역 확대만으로는 급증하는 노인 교통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노인보호구역 지정의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울산 지역 135곳 중 CCTV 설치는 31곳에 불과하며, 운전자의 인지를 돕는 표지판과 노면 표시 등도 여전히 부족하다. 이는 보호구역이 단순히 지정에 그칠 뿐, 실질적인 사고 예방 장치로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노인 보행자 사고는 특정 시간대나 장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19일 오후 9시15분께 울산 남구 두왕로의 한 교차로에서 보행자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60대 여성이 차량에 치여 숨졌다. 또 같은 해 2월7일 오전 5시50분쯤 울산 북구 천곡동 한 사거리에서 출근길 통근버스에 70대 보행자가 치여 숨졌고, 같은 해 4월에도 밤 시간대 교차로에서 길을 건너던 60대 보행자가 차량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중 끝내 사망했다.
노인보호구역 지정은 인근 노인복지시설의 요청이 있어야 하는데, 주택가 등 실제 노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님비(NIMBY) 현상으로 인해 주민 반발이 일면서 지정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단순히 보호구역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주거지 중심 지정 확대, 교통단속 장비 설치 강화, 운전자·보행자 대상 교육 확대 등 실효성 있는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어 있으나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한 불감증을 넘어,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처럼 상대적 약자가 배제된 냉혹한 현실과 다를 바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반드시 존재해야 하며, 지금의 제도를 더욱 보완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