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잠긴 반구대암각화…꺼내는데 최소 한달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집중호우로 수몰돼 최소 한달이 지나야 물에서 완전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자원공사 울산권지사 등에 따르면 21일 오후 5시 기준 사연댐 수위는 58.97m로 반구대 암각화는 물에 잠긴 상태다. 암각화가 수면 위로 노출되려면 수위가 53m까지 내려가야 한다.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에서 약 4.5㎞ 하류, 해발 53~57m 높이에 위치해 있어 댐 만수위(60m)에 근접하면 침수된다.
사연댐은 수문이 없는 자연 월류형 댐으로 비가 한꺼번에 많이 내리면 저수 공간이 가득 차면서 상류에 자리한 암각화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이를 감안해 이번 침수 전 수자원공사는 하루 약 20만t의 생활용수를 방류해 수위를 낮춰왔고, 비 예보 시에는 공업용수 등을 추가로 방류해 하루 40만t 이상을 흘려보냈다.
그러나 집중호우로 유입량이 방류량을 크게 초과하면서 수위 상승을 막지 못했다.
반구대 암각화의 침수는 지난 2023년 8월 이후 거의 2년 만이다. 당시 장마와 태풍으로 암각화는 8월10일부터 10월22일까지 총 74일간 물에 잠겼다. 2014~2023년 최근 10년간 연평균 침수 일수는 42일, 수위 조절 대책이 본격 도입되기 전인 2005~2013년에는 연평균 151일에 달했다. 장기 침수는 암각화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전문가들은 근본적 보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해 왔다.
이에 따라 2021년부터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 3개(너비 15m, 높이 7.3m)를 설치해 수위를 52m로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제반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하반기 착공해 2030년 준공이 목표다. 그러나 그 전까지 폭우나 태풍 등 기상이변이 발생할 경우 반구대 암각화는 반복 침수로 훼손 위험에 계속 노출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현재 사연댐 취수구로 최대 초당 5.6t을 방류하고 있지만, 추가 강우가 없다는 전제하에 8월20일께 수위가 53m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며 “그 사이 비가 더 내리면 침수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울산시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겨 있는 상황에서도 계획된 사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오는 8월21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울산암각화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기획전 ‘세계유산: 우리가 사랑한 반구천의 암각화’를 통해 세계유산 등재 과정과 반구천 암각화의 문화적·예술적 가치를 시민과 공유할 예정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번 특별기획전을 통해 시민들이 암각화의 소중함과 보존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세계유산 등재라는 쾌거에 걸맞은 체계적 관리·보존 시스템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