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처럼 조금 느려도 꾸준히 배울게요”
2025-07-22 이다예 기자
21일 울산 중구 장현꿈나무창의센터. 책상 위에 놓인 찰흙을 조심스럽게 빚던 한 남학생이 환한 얼굴로 교사를 바라봤다. 교사는 “잘하고 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은 올해 여름 달팽이학교 첫 수업이 열린 날이었다. 학생들은 모두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말을 또박또박 잇는 것은 어려웠지만, 학교가 아닌 새로운 공간에서 여름방학을 보낼 생각에 잔뜩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달팽이학교라는 이름처럼 시간은 조금 느리게 흐르지만, 그만큼 진득했다.
센터 측도 여름방학 동안 장애학생들을 맞이하기 위해 복도 모서리 곳곳에 충격 방지용 테이프를 붙이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울산 장애학생을 위한 여름 달팽이학교는 이날부터 오는 8월22일까지 레드몽스포츠클럽, 신상헌힐링아트센터 등 중구·남구·북구·울주군 9개 민간기관에서 진행된다. 장애학생 110명이 참여한다.
장현꿈나무창의센터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갑작스레 맞기도 하고, 말이 잘 안 통해 힘들 때도 있다”면서도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더 많이 웃게 된다. 뿌듯하고 참 재밌다”고 말했다.
(사)울산장애인학부모회가 주관하는 달팽이학교는 지역 사회 공간을 활용해 방학 동안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활기차고 효율적인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방학 중 장애학생의 돌봄 공백을 해소하고, 보호자의 양육 부담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정작 예산은 넉넉지 않다. 올해 사업비 총 1억3100만원 가운데 울산시가 1억1700만원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참가 학생이 부담한다.
1학급당 3명의 학생을 한 명의 교사가 맡는 구조지만, 예산 대부분이 교사 인건비로 나가다 보니 다양한 체험 중심 수업을 구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런 탓에 달팽이학교는 모집과 동시에 마감되는 이른바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기관을 이용하는 수업 특성상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와 관련된 부담도 있다.
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장애학생의 발달을 돕기 위해서는 방학 중에도 연속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돌봄과 교육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보다 촘촘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여름 달팽이학교 입학식은 오는 23일 오전 11시 울산직업교육복합센터에서 열린다. 지난 2006년부터 여름·겨울방학 동안 39차례에 걸쳐 7500여명의 장애학생이 참여했다.
글·사진=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