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23% 불과…불안한 노인보호구역

2025-07-22     김은정 기자
울산에서 노인 보행 교통사고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노인보호구역 확대와 단속 강화에도 불구하고 사고 건수뿐 아니라 사망자까지 매년 늘면서 제도의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울산의 고령자 보행 사고는 2022년 186건에서 2023년 203건, 지난해 242건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같은 기간 노인 보행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4명에서 6명, 지난해는 14명으로 세배 넘게 늘었다.

노인 인구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울산시는 노인보호구역 확대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울산 관내 지정된 노인보호구역은 135곳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과속 차량을 단속할 CCTV가 설치된 곳은 31곳으로 전체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실버존’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바닥 도색이 벗겨지고, 표지판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운전자가 노인보호구역임을 인지하기 어려운 곳도 적지 않다. 일부 구간은 인근에 보행자용 인도가 없어 노인들이 보호구역에서조차 어쩔 수 없이 도로로 내몰리기도 한다.

관계자들은 보호구역 지정이 사고 예방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지만, 제도적·사회적 한계로 무작정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현행 제도상 보호구역은 경로당이나 복지관 등 노인 이용시설이 있어야 하고, 시설 측의 신청을 받아 검토 후 지정하게 돼 있다”며 “사고다발구역이라고 무조건 설치할 수 없고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나 도로의 통행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 노인 시설 유치를 꺼리는 님비 현상이 겹치면서, 실제 고령 인구가 밀집한 주택가 등이 보호구역 지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많다. 노인 밀집지역 상당수가 골목이나 이면도로에 위치해 있어 여전히 제도권 밖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이 같은 이유로 울산 중구 우정동의 한 삼거리는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지정한 울산 유일의 노인 보행사고 다발지역임에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비교적 생활 반경이 좁은 고령자들이 ‘길을 잘 안다’는 이유로 무단횡단을 하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빠르게 걷지 못해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하는 만큼 고령자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고령자 스스로 교통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미 지정된 노인보호구역부터라도 시설을 정비하고,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홍보와 계도 활동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