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산업 수도이자 1인당 소득 전국 최상위권인 울산에서 여전히 ‘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있다. 바로 울주군 외곽 지역 주민들이다. 울산의 다른 구·군이 상수도 보급률 100%를 달성하는 동안, 이들은 아직도 지하수와 계곡물에 의존하는 등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10일 울주군 범서읍 척과리 반용마을 일원. 좁은 농로를 따라 산비탈을 올라가자 커다란 관정 집수탱크와 정화시설이 나타났다. 정화시설 한쪽에서는 관로 동파를 막기 위해 라디에이터가 설치돼 있다.
이 마을은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지하수를 끌어 올리고 정화하는 데 막대한 전기를 쏟아붓고 있다. 주민들은 “수도시설관리비보다 전기요금이 훨씬 더 많이 나오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주민들의 삶은 더욱 척박하다. 정화시설을 거친 물조차 중금속 오염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식수로 쓰지 못하고 허드렛물로만 사용하고 있다. 집마다 창고에는 마시고 남은 생수병과 빈 페트병이 수북이 쌓여 있다.
엄두환 범서 농촌지도자회 회장은 “지하수를 끌어 쓰다 수질검사에서 비소 등 중금속이 검출돼 고육지책으로 정화시설을 설치했다”며 “이 마을에만 이런 시설이 4곳인데, 11가구 기준 매달 수도시설관리비와 별도로 20만원 이상의 전기요금을 공동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똑같은 세금을 내는 시민인데 왜 산간 지역 사람들만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10년 전 국도 14호선 확장 시 상수도를 설치해 주겠다는 약속도 하세월이다. 이제는 행정에 대한 신뢰가 바닥난 상태”라고 덧붙였다.
군에 따르면, 지난 2024년 말 기준 상수도 미보급으로 인해 간이급수시설을 사용하는 가구는 군에만 4984가구에 달한다.
시와 군은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을 5대5 비율로 투입해 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인프라 구축 속도다. 시가 경제성과 관로 매설 여건 등을 이유로 단계적 공급 계획을 고수하고 있지만, 험준한 지형과 긴 이송 거리로 인한 난공사가 겹치며 설치 시기는 차일피일 미뤄지기 일쑤다.
군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상수도 인입 업무는 시 상수도사업본부의 고유 소관이라, 군 차원에서 직접 예산을 들여 관로를 매설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의 예산 배정과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산간 마을 주민들은 2026년에도 ‘안전한 물’ 대신 ‘비싼 생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울주군 관계자는 “상수도 인입 요청 가구가 넓은 지역에 많은 곳에 산재해 있는 상황”이라며 “수도법에 따라 시 전체에서 발생한 수도요금을 상수도 인입공사에 투입하기에 재정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