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찾은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 백사장은 공사장으로 변해 있었다. 모래 위에는 뿌리째 뽑힌 소나무들이 줄지어 누워 있고 일부는 뿌리를 흙으로 감싼 채 묶여 다른 장소로 옮겨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번 공사는 일산해변 풍류문화놀이터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해변산책로 조성을 위해 진행되고 있는 소나무 이설 작업이다.
작업 과정에서 동구는 해변에 시어져 있는 소나무 130그루 가운데 46그루를 월봉사와 봉화재 반려견 놀이터 인근으로 옮길 계획이다. 소나무 이설에만 약 5000만원이 투입된다.
문제는 이 소나무들이 심어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소나무들은 지난 2019년 산업위기지역 특별지역 지정 사업의 하나로 일산해수욕장 일대에 심어졌다. 당시 동구는 해안경관 개선과 재해 예방을 목적으로 약 8억원을 투입해 해안 방재림을 조성했다.
그러나 2022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울산을 강타하면서 강풍과 해일로 방재림 일부가 쓰러지거나 뿌리가 노출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동구는 같은 해 ‘힌남노 피해에 따른 해안방재림 응급복구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비 2200만원을 들여 일산해수욕장 일원 소나무에 대한 긴급 복구공사를 진행했다.
이후 올해부터 추진된 일산해변 풍류문화놀이터 명소화사업 2구간 가운데 해변산책로 조성공사가 본격화되면서 상황은 또다시 변했다. 해당 구간에 심어진 소나무들이 보도 확장에 걸리면서 결국 이설 대상이 된 것이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심고 태풍 피해 복구까지 거친 소나무들이 불과 몇 년만에 다시 옮겨지게 되면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윤혜빈 동구의회 의원은 “수억을 들여 심은 소나무를 태풍 피해 복구까지 거쳐 다시 이식하는 것은 처음부터 사업 간 조율이 부족했던 결과”라며 “이는 명백한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동구 관계자는 “그동안 광장 이용에 소나무가 불편하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풍류문화놀이터 조성 과정에서 보도 확장이 필요해 최소한의 수목만 이설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