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한글 자모 타일이 깔려 있어
눈으로 훑어보고 반가움 표해 본다
둥그런 억새 잎 지붕 길손들을 부른다
통나무 경계되어 공간을 구분 짓고
무엇을 뜻하는지 바로바로 알게 한다
흙길을 원 없이 밟고 식물들을 만난다
팻말에 적힌 이름 한 번씩 불러보면
어느새 친구처럼 다정함 묻어난다
누구나 슬리퍼 신고 세포 이완 시킨다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울산 중구청에서 설치한 공원이다. 자연적 요소와 자연재료를 활용한 놀이와 생태체험학습과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 생태놀이공간이다. 생태놀이터는 이번이 세 번째이다. 모두 획일적이지 않고 창의적인 공간 활용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안내도가 있는 곳으로 진입하면 자모음의 바닥 타일이 먼저 반긴다. 여기를 지나면 두 갈래 길이 바로 나온다. 나는 왼쪽부터 돌아보기로 했다. 운동기구가 놓인 앞쪽 억새 잎으로 지붕을 엮은 세 개의 테이블과 의자가 시선을 확 끈다. 꼭 민속촌에 온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진갈색을 띤 원목 놀이기구들이 여러 군데 보인다. 주변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인공적인 것마저도 자연적인 느낌을 준다.
여기도 동서남북 네 곳이 모두 주택이다. 슬리퍼 신고 편하게 오갈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통나무언덕은 나선형 지형의 동선을 따라 미스트설비를 갖추어 하절기에 온도를 낮추어 주고 어린이들의 창의적 상상력으로 뛰어놀 수 있게 했다. 보라통나무길과 큰거미줄놀이 장소에는 단면을 보라색으로 색칠한 보라통나무길을 걷고 큰 거미줄을 오르내리면서 모험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둥지놀터는 주변 나뭇가지를 엮어 새 둥지의 형상을 나타낸 공간으로 새끼 새가 되어 둥지의 안락함을 느껴보게도 했다.
원추리·목련·돈나무·하늘매발톱·화살나무·계수나무·박태기나무 등 식물들이 아기자기하게 공존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아이들의 공간인 듯 보이지만 어른들의 쉼터로 손색이 없다. 나무들이 우거진 길을 걷는 기분이 청량하다. 흙을 밟으며 새 소리를 듣고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공간을 나타내는 곳마다 통나무들이 경계가 되어준다. 나무들 중에는 부식이 되어 흙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들도 보인다.
중간중간에 큰 돌들이 놓여 있어 더 자연 친화적이다. 다듬어진 돌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돌이다. 청춘남녀들이 억새 지붕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사진 찍는 걸 잠깐 보류하고 반대로 난 길을 다시 걷는다. 사람들이 공원을 들어서고 있다. 얼마나 좋은 쉼터가 되는지를 다시 알 수 있게 된다. 거의 편한 복장으로 집에서 도보로 오는 사람들이다.
조금 전에 그냥 지나쳤던 약간 언덕진 곳으로 다시 가 본다. 땅으로 많이 드러난 벚나무와 느티나무 뿌리를 걱정 어린 눈으로 살핀다. 벚나무의 뿌리는 갈색이 아니고 약간 검은 색이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느티나무 뿌리가 벚나무 뿌리를 파고들어 두 뿌리가 엉켜있는 게 아닌가. 약자는 죽어가는 벚나무였다. 느티나무 뿌리는 그대로 갈색을 띠고 있는데 벚나무는 아니었다. 벚나무의 고통이 바로 읽히었다. 두 나무는 서로의 뿌리로 인해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노는 동안 어른들이 쉼을 즐기는 동안 나무들은 이렇게 생존경쟁을 하고 있었다. 공격하는 나무 공격당하는 나무 얼마나 서로 힘겨루기를 해왔을까 싶다. 눈앞의 결과물 앞에서 다시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다. 모든 것에는 이유 없는 것이 없다. 내가 여기에 온 것처럼.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