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건강, 노년기 구강건강이 건강수명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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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건강, 노년기 구강건강이 건강수명 좌우한다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6.02.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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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훈 서울산보람병원 치과 원장이 환자의 구강 상태를 살피고 있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관심사는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품위 있게 늙어갈 것인가’로 옮겨갔다.

이른바 ‘건강수명’의 시대다. 나이가 들수록 혈압계를 곁에 두고 혈당 수치에 일희일비하며, 닳아가는 무릎 관절을 위해 영양제를 챙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결정적 지점이 있다.

우리 몸의 입구이자 전신 건강의 파수꾼인 ‘입(口)’이다. 구강 건강은 단순한 치과적 문제를 넘어, 노년의 신체적 활력과 정신적 자존감, 나아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기둥이다.

서울산보람병원 치과 이상훈 원장과 노년의 구강건강의 중요성과 건강한 관리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저작기능 저하로 영양 불균형 초래

노화가 시작되면 구강 환경은 큰 변화를 겪는다. 치아는 수십 년의 저작 활동으로 마모되고, 잇몸은 뒤로 물러나며 뿌리를 드러낸다. 침샘은 고갈되어 입안이 메마르고, 만성 질환 약물들은 구강 내 미생물 생태계를 뒤흔든다.

많은 노인이 치아 상실을 ‘세월의 훈장’쯤으로 여기며 방치하곤 하지만, 이는 전신 건강의 둑이 무너지는 첫 번째 균열이다.

가장 즉각적인 위협은 영양 불균형이다. 저작(咀嚼, 명사 음식을 입에 넣고 씹음) 기능의 저하는 식단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고기나 채소 같은 질기고 단단한 식재료가 밥상에서 사라지고, 대신 씹기 편한 탄수화물 위주의 부드러운 음식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이는 단백질과 필수 미네랄 결핍으로 이어져 노년기 삶의 질을 결정짓는 ‘근감소증’을 가속화한다.

이상훈 서울산보람병원 치과 원장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입안의 염증이 입안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대표적인 치과 질환인 치주염은 단순한 잇몸병이 아니라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잇몸 상처를 통해 혈관으로 침투한 세균과 독소는 혈류를 타고 온몸을 떠돌아다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유해 물질들이 심혈관에 달라붙으면 질환 위험을 높이고, 췌장의 인슐린 기능을 방해해 당뇨병을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뇨와 치주 질환은 서로를 악화시키는 ‘쌍방향성 관계’를 맺고 있다. 혈당이 높으면 잇몸병이 잘 생기고, 잇몸병이 심하면 혈당 조절이 어려워진다.

이상훈 원장은 “노년기 만성 질환 관리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자신의 잇몸 상태를 의심해봐야 하는 이유다”라며 “구강 관리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만성 질환 관리의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들에게 폐렴은 암보다 무서운 질병으로 통한다. 이 원장은 “노화로 삼킴 근육이 약해지면 음식물이나 타액이 기도로 잘못 넘어가는 일이 잦아지는데, 이때 구강 내 세균이 함께 폐로 들어가 발생하는 것이 ‘흡인성 폐렴’”이라며 “구강 위생이 불량한 노인에게 구강 내 세균은 언제든 폐를 공격할 준비가 된 잠재적 ‘살인병기’와 같다”고 말했다.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요양 시설 거주 노인들에게 철저한 구강 케어를 실시하는 것만으로도 폐렴 발생률과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후 꼼꼼한 양치질과 틀니 세척, 주기적인 스케일링이라는 사소한 습관이 노년의 건강 및 생명 연장과 직결되는 셈이다.



◇나이들수록 양치질·씹는 행위 중요

최근 의학계가 주목하는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구강 건강과 인지 기능의 상관관계다. 이 원장은 “씹는 행위는 뇌로 가는 혈류량을 늘리고 중추신경계를 자극한다. 치아가 많이 빠진 노인일수록 치매 위험이 높다는 통계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며 “저작 활동을 통해 뇌에 전달되는 감각 자극이 줄어들면 뇌세포의 노화는 가속화된다”고 밝혔다.

입을 ‘제2의 뇌’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구강 건강은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원장은 “튼튼한 치아로 음식을 씹는 행위는 매끼 식사 시간마다 뇌를 깨우는 일종의 ‘뇌 운동’이다. 치아를 지키는 것이 곧 기억력을 지키는 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를 넘어 사회적·정신적 안녕을 포함한다. 그런 의미에서 구강 건강은 노년의 사회생활을 결정짓는 척도다. 심한 구취나 부정확한 발음, 치아 상실로 인한 안모 변형은 노인을 위축시킨다. 타인과의 식사를 피하게 되고 대화에 소극적이 되면서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쉽다.

이 원장은 “이러한 고립은 우울증을 유발하고 뇌 활동을 위축시켜 다시 신체 건강을 갉아먹는 비극적인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며 “반면 환한 미소와 명확한 발음을 유지하는 노년은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이 넘치고, 이는 활기찬 사회 참여로 이어진다. 구강 관리는 치아를 닦는 행위를 넘어, 타인과의 소통 창구를 닦는 행위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노년에 양치질과 저작 운동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이 원장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다움을 지키고 싶다면, 멀리 있는 거창한 보약이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칫솔과 식탁 위 저작 운동에 주목해야 한다”며 “입이 즐거워야 음식이 맛있고, 음식이 온전히 흡수되어야 몸에 생기가 돌며, 그 생기가 삶의 존엄을 싹트게 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어 “구강 건강은 노년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다”라며 “이제 우리 사회는 구강 건강을 개인의 위생 관리를 넘어, 국가적 건강 증진과 품격 있는 노년을 위한 핵심 어젠다로 격상시켜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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