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예정됐던 울산지역 축제들이 일제히 하반기로 미뤄졌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종식 기미가 보이지 않은 가운데 봄에서 가을로 일정이 연기된 축제의 개최 여부마저 불투명해졌다.
지역축제 사무국은 당장에 특단의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타 축제 개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축제가 어떻게 K방역과 결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상반기 국내 축제는 전멸이었다. 정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장하면서 올 상반기 축제는 대부분 취소됐고 하반기 축제까지 취소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김해가야문화축제 등 국내 유명 축제들이 이미 취소 결정을 내렸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진주유등축제도 축소개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축제를 취소하는 것이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는 가장 빠른 방법이긴 하다. 축제를 강행했다가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에 대한 책임도 면피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축제는 지역경제 및 관광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해왔다. 지역 대표 축제가 취소되면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인까지 타격을 받게 된다.
지난 봄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봄꽃축제가 취소됐다. 덩달아 태화강 불고기단지 내 100여곳의 가게들도 한산함을 보였다. 지역 축제들이 잇따라 취소되자 ‘반짝 특수’를 기대했던 인근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축제를 준비했던 공연기획사, 특산품 판매업체 등 소상공인들도 마찬가지다.
현재와 같은 코로나 시대에 지속가능한 축제 방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그런가하면 철저한 방역과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온·오프라인을 병행한 행사를 예고하는 축제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반년 동안 문화행사와 단절된 생활을 해온 시민들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그 어느때보다 축제의 새로운 변신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가을 울산에서는 처용문화제를 비롯해 프롬나드페스티벌, 옹기축제, 마두희축제, 쇠부리축제, 고래축제 등이 연달아 예고되고 있다.
이 축제들이 행사를 중단하기 보다 안전한 방역체계를 고민하고, 온·오프라인 병행 등 창의적인 발상의 전환을 이뤄내 주길 기대한다.
코로나 위기 속 축제는 모두가 처음이다. 지금은 지역 축제의 옷을 어떻게 바꿔 입을까를 깊이 고민할 때다. 축제도 변해야 살아남는다. 그동안 ‘울산축제’라는 수식어가 주는 보편화된 틀을 한방에 깨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번 코로나를 계기로 지역문화예술축제는 감염증과 함께하는 시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와 같은 감염병 위기는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만큼 문화예술축제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축제를 재정비하고, 미래를 내다본 현명한 대안이 제시되길 바란다. 석현주 문화부 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