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찾은 중구 옥교동 313 일대. 골목마다 노후주택이 빈집으로 방치돼 있고, 담벼락 페인트는 벗겨진 채 ‘철거’ 표시가 곳곳에 남아 있다. 조합이 공동주택 건립을 위해 매입한 주택으로, 대부분 1970~1980년대 지어진 건물이다.
조합은 2017년 5월 설립인가를 받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2020년 전 업무대행사 대표가 약 137억원을 사기·횡령한 혐의로 기소되며 사실상 중단됐다.
이후 조합은 전 대행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2022년 7월 신규 대행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거나 대금 지급을 6개월 이상 늦출 경우 전체 용역비를 전액 보상해야 한다는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조합은 신규 대행사가 가구당 행정용역비 인상을 요구하고, 사업 규모가 기존 999가구에서 654가구로 줄었는데도 용역비는 그대로 적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예상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1억원 이상 높게 산정되면서 조합원 반발이 커졌다.
조합은 이미 조합원 1인당 1억원 이상을 투자한 상태로, 현 상황에서도 사업을 이어가길 희망한다.
임동확 조합장은 “현 대행사가 합의에 해지한다면 지금까지 진행된 용역비까지만 정산하고, 주변 시세보다 다소 비싸더라도 지주들과 재협의해 사업비를 조정할 수 있다”며 “필요하면 새 대행사를 재선정하거나 조합이 직접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 대행사가 계약 해지 시 전체 용역비 전액을 요구해, 조합은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대해 현 대행사 대표는 “지금까지 계약금이나 용역비를 받지 않고 회사 자금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 부지도 좋고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조합 재정난을 감수하고 진행했다”며 “조합 측은 협의 시도를 하지 않고 사업 추진 의지가 없으며, 조합장의 직무태만 증거까지 있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조합 내부에서는 1억원 이상의 매몰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사업 포기를 검토하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공사비와 자재비 상승으로 추가 분담금이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추진은 어렵다는 판단이다.
조합은 지난달 해산총회 서명 결의서를 받았지만 재적 조합원 3분의 2 요건을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현재 다음 달 1일 총회 개최를 목표로 재개최를 위한 서명을 다시 진행 중이다.
글·사진=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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