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축구 K리그1 4연패를 노리던 ‘디펜딩 챔피언’ 울산HD FC가 김천 원정에서 완패를 당하며 10년 만에 파이널B로 떨어졌다. 시즌 막판까지 이어진 부진은 결국 팀을 강등권 문턱으로 내몰았고 구단은 불과 두 달여 만에 신태용 감독을 경질했다.
울산은 지난 5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32라운드에서 김천 상무에 0대3으로 패했다.
이 패배로 울산은 리그 7경기 연속 무승(3무4패), 승점 37(9승10무13패)에 머물며 정규리그 1경기를 남기고 파이널A 진출이 좌절됐다. 울산이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진 것은 2015년(7위) 이후 10년 만이다. 반면 김천은 승점 55로 3연승을 달리며 2위를 지켰다.
전반 28분 울산은 김천의 빠른 역습 한 방에 무너졌다. 이동경의 크로스가 조현우의 손끝을 맞고 흘러나왔고, 오른쪽에서 쇄도하던 이동준이 이를 왼발로 밀어 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울산은 전반 내내 슈팅 2개에 그치며 김천의 압박과 속도를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후반전 들어 보야니치와 라카바, 박민서가 연속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문을 위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후반 33분에는 이동경의 패스를 받은 김승섭이 아크 정면에서 감각적인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어 후반 36분, 울산 수비진이 후방에서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틈을 타 이동경이 공을 잡았고, 절묘한 드리블로 수비를 따돌린 뒤 오른발 슛으로 쐐기를 박았다.
이날 1골 1도움을 올린 이동경은 시즌 12호 골과 10호 도움을 기록하며 리그 2번째 10골 10도움 달성자가 됐다. 군 복무를 마치기 전 친정팀 울산에 비수를 꽂았다.
시즌 초반까지 리그 4연패를 꿈꾸던 울산은 이제 강등권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현재 승점 37로 10위에 머무른 울산은 9위인 수원FC에 승점 1점 차로 뒤져 있다. 11위 제주(32점)와 5점, 12위 대구(26점)와는 11점 차다. 수치상으로는 여전히 여유가 있지만, 최근 경기력과 분위기를 감안하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만약 이대로 시즌이 끝난다면 울산은 K리그2 플레이오프 승리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지난 시즌 중반 김판곤 감독 체제에서 리그 3연패를 달성하며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울산은 새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와 FIFA 클럽 월드컵, 코리아컵 등 병행 일정을 대비해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지만, 결과적으로 어느 대회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김판곤 감독이 물러나고 신태용 감독이 부임했지만 반등은 없었다.
부진이 이어지자 울산은 신태용 감독과의 동행을 65일 만에 마무리했다.
울산은 9일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으로 신태용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며 “오는 18일 광주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33라운드부터 노상래 유소년 디렉터가 감독 대행으로 팀을 이끈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지난 8월5일 울산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부임 첫 경기였던 8월9일 제주전(1대0 승)을 제외하면 K리그 7경기 연속 무승(3무 4패)에 그쳤다.
이번 사태의 여파는 구단 경영진에도 미쳤다. 울산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김광국 대표이사를 퇴진시켰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