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유통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는 지난 22일 국토교통부 주관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의 심야배송을 금지하고, 오전 5시 출근조와 오후 3시 출근조로 나눠 주간배송만 시행하는 2개조 주간근무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이 공식석상에서 새벽배송 전면 금지를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의에는 쿠팡·컬리 등 e커머스업체와 CJ대한통운, 한국노총,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한국노총 측은 “현실적으로 야간배송 금지는 택배기사 일자리 상실과 수입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새벽배송 시장은 맞벌이 부부와 워킹맘,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쿠팡의 ‘로켓배송’ 유료회원(와우멤버십)은 1500만명, 컬리 유료회원은 140만명에 달한다. SSG닷컴, 오아시스, 네이버 등을 포함하면 새벽배송 이용자는 2000만명이 넘는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소비자의 91.8%가 새벽배송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응답했고, 99%는 향후에도 이용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의 2024 소비자시장평가지표에서도 새벽배송은 40개 생활서비스 중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저귀나 신선식품을 급히 구입해야 하는 소비자뿐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망이 부족한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에게도 필수 서비스가 됐다”며 “이용자 편익을 외면한 일방적 금지는 생활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쿠팡은 지난 10년간 물류센터와 자동분류 로봇 등 물류 인프라에 6조2000억원을 투자했고, 내년까지 3조원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컬리 역시 샛별배송을 전국으로 확대 중이며, 상장을 앞두고 있다. 새벽배송이 막히면 투자와 일자리가 동시에 타격을 입고, 신선물류센터 등 수조원 규모의 인프라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조사에 따르면 야간배송 기사 90.3%는 ‘교통 혼잡이 적고, 수입이 높다’는 이유로 심야 근무를 선호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건강권을 강화하는 보완책은 필요하지만, 일방적 금지는 오히려 기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SNS를 통해 “민노총과 민주당 정권의 ‘새벽배송 전면 금지’ 추진은 국민의 일상생활을 망가뜨릴 것”이라며 “노동환경 개선은 필요하지만 없애버리자는 식의 접근은 노동자와 소비자 모두를 해친다”고 비판했다. 오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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