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골탈태 없인 부실수사 관행 고리 못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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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환골탈태 없인 부실수사 관행 고리 못 끊는다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1.01.2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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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수사를 경찰이 부실하게 수사한데 대해 부모가 파면을 요구해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경찰의 부실 수사는 학부모가 일일이 CCTV를 확인하면서 조목조목 밝힌 것이라는 점에서 경찰의 수사관행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경찰은 지금 전국적인 부실수사로 국민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번 기회에 경찰의 부실수사에 강력한 제동을 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 부실수사의 핵심은 학대행위가 당초 수사보고 상의 28건 보다 훨씬 많은 83건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 그 학대행위가 도는 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도 시민들을 경악하게 한다. 이 당초 학대행위 수사를 맡았던 경찰은 CCTV 내용을 대충 훑어보고 넘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기초적인 증거자료인 CCTV 영상마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를 미심쩍어했던 학부모가 법원에 CCTV 열람을 신청해 하나하나의 장면을 분석해본 결과 충격적인 영상들이 들어 있음을 알게 됐다. 12분 동안 7컵의 물을 강제로 먹여 토하게 하거나 다른 아이들이 남긴 물까지 강제로 먹인 행위, 다른 아이들이 먹다 남긴 음식을 강제로 먹인 행위, 음식을 거부하자 목을 강제로 뒤로 젖혀 입에 숟가락을 강하게 집어넣은 행위, 다른 아이의 머리를 수십 차례 때리게 한 행위 등이 있었다.

학부모는 “법원으로부터 CCTV를 열람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가해 교사들은 83건의 학대 행위가 누락된 채 최종 공소장의 22건 만으로 처벌을 받았을 것이고, 추가 피해 아동들은 영원히 드러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부실수사는 울산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의 경우 정인 양이 숨지기 전 3차례의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사회적 분노가 폭발한 것은 양부모는 물론이고 경찰까지 힘없는 아동들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도 문제다. 당초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이 없고 택시 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재수사 중인 검찰은 이 차관의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촬영한 택시 기사의 휴대전화에서 복원했다. 경찰의 말이 자주 바뀌는 것은 수사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반증이다.

경찰은 올해를 책임수사의 원년으로 삼자고 수차 강조했다. 그런데 울산 아동학대 수사의 진행을 보고 있으면 경찰 수사력에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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