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189)]까치까치 설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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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189)]까치까치 설날은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1.02.0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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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우리언니 저고리 노랑저고리/ 우리동생 저고리 색동저고리// 아버지와 어머니 호사하시고/ 우리들의 절받기 좋아하세요….

윤극영(1903~1988) 선생이 작사 작곡한 ‘설날’(1924)이다. 윤극영은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 작곡가로 ‘설날’ 외에도 ‘반달’ ‘따오기’ ‘고드름’ 등 지금도 널리 애창되고 있는 동요를 수없이 작곡했다. 그 중에서 ‘설날’은 매년 설날이 돌아오면 전 국민이 한번씩 흥얼거려 보는 동요다.

올해 설날은 12일이다. 그렇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중요한 날은 ‘까치설’이다. 이날 아버지,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새신발, 새댕기, 색동저고리 등을 설빔으로 내놓았다. 다음날이 설날이므로 아이들은 전날 저녁에 미리 신발과 저고리 등을 입어보았다. 까치설은 그래서 설날 보다 더 흥분된 날이었다.

그런데 까치설날은 왜 ‘어저께’일까. 그리고 왜 갑자기 ‘까치’가 등장했을까.

국어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고(故) 서정범 교수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원래 섣달 그믐날은 ‘아찬 설’ 또는 ‘아치 설’이라고 불렸다. ‘아찬’ ‘아치’는 순우리말로 ‘작은(小)’을 뜻하는 말인데, 설 전날을 ‘작은 설’이라는 뜻으로 ‘아치 설’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작은 설은 세월이 흐르며 ‘아치’와 음이 비슷한 ‘까치’로 바뀌었다고 서 교수는 설명한 바 있다.

설날이 공식적으로 폐지된 것은 고종황제 때인 1896년이다. 이후 1949년 양력설은 3일 연휴로 격상된 반면 음력설을 공휴일에서 배제됐다.

그러나 1985년 음력설은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으며, 노태우 정부 때는 ‘설날’로 복원됐다. 1999년에는 공휴일로 지정됐다.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설날 아침에’ 일부(김종길)

벌써 홍매가 피었고, 얼음장 밑에는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있다. 흉흉한 세상이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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