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학교는 3월에 가장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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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학교는 3월에 가장 바쁘다
  • 경상일보
  • 승인 2021.03.09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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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모 현대청운중 교사

학교와 학생이 가장 바쁠 때가 언제일까? 1년 전체를 마무리하는 2월, 온갖 행사가 많은 5월, 수능이 다가오는 늦가을, 추석 연휴와 온갖 국경일이 몰려있어서 진도가 급해지는 10월, 2학기 기말고사를 끝내고 1년치 성적을 총결산하는 12월 등이 있지만 정답은 3월이다.

담임은 자리 배치, 청소구역 배정, 게시판 꾸미기, 연락처 파악, 개인정보 동의서 걷기, 동아리 편성, 선도부 선발, 학생회 간부 추천, 저소득층 파악, 학생 면담, 학부모 면담 등 할 일이 많다. 학생과 교사가 서로를 파악하는데 최소 3주일이 걸리는데, 깜깜이 상태에서 저 많은 일을 하려니 과부하가 걸린다. 상호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3월 초순에는 가르침과 배움에도 한계가 있다.

코로나 확진 사태를 대비하는 보건교사의 예체능부는 바쁘고, 강좌 수요조사, 강사 모집, 강의실 배정, 강의료 책정, 수업계획 수립, 수강신청, 수강정정 등 방과후 부서도 바쁘다. 교무부·연구부·학생부 일명 ‘빅3’ 부서는 걸핏하면 야근이다. 오죽하면 교무실 냉장고에 인근 식당 전단지가 쭉쭉 붙어있겠는가.

1학년 담임교사는 신경이 곤두선다. 초등 1학년 담임은 ‘내가 교사인가, 문방구 직원인가, 무수리인가’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중등 1학년 담임은 중학생이 아니라 사실상 초등학교 7학년을 상대하느라 숨이 막힌다. 고등 1학년 담임은 중2병이 덜 고쳐진 신입생이 “저는 SKY 갈 겁니다.” 외칠 때마다 짜증이 난다. 학생들 자료 입력할 것도 많은데 방송이 울린다. “오리엔테이션 시간이니 담임선생님께서는…”

오늘은 한 학년이 온라인 수업하는 날이다. 교사들은 한 숨 돌릴 것 같지만 그 동안 밀린 업무 하느라 바쁘다. 그리고 학생들 중 늦잠 자느라 자가진단 안하고, 수업 로그인도 안한 사람이 있다. 교사들과 학부모는 학생을 깨우느라 지친다. 맞벌이 부모는 교사들의 전화가 겁난다. 다음 날 학생들은 그 동안 배웠던 걸 홀라당 까먹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등교한다. 교사들이 목 아프게 전달해봤자 학생들은 아 맞다, 안했는데요, 안갖고왔어요, 제가 주번이에요? 없던데요, 일부 게으름뱅이는 늘 태평하다.

학부모와 학생도 3월에 바쁘다. 먼저 가정통신문이 엄청나게 날아온다. 새로운 교실, 아직은 덜 익숙한 이동 동선, 낯선 친구들, 아직도 입이 2020년을 말하고, 작년 반과 번호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과목이 늘어나서 책가방이 더 무거워졌고, 제출할 것도 많고, 새로 작성할 것도 많아 옆 친구에게 물어가며 겨우겨우 따라간다.

필자의 학교도 3월 첫주가 매우 바빴다. 학교시설, 재무, 물자, 급식을 책임지는 행정실도 분주했다. 행정실 직원은 방학 때도 매일 출근하며 학교가 잘 돌아가도록 묵묵히 일하는 고마운 분들이다. 이제 더 바쁜 2주차가 시작된다. 매년 그랬듯이 이 또한 지나가기를 바랄 뿐…. 김경모 현대청운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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