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민원 만족도 높일 민원공무원 스트레스 관리
상태바
[기고]민원 만족도 높일 민원공무원 스트레스 관리
  • 경상일보
  • 승인 2021.03.10 2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손경미 울산 남구 민원여권과장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며 방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료·심리 전문가들이 “모든 질병의 원인”이라고 할 정도로 스트레스는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한 문제라는 데 이견이 없다. 스트레스로 표출되는 사건·사고와 건강문제 등에 대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결코 개인 차원의 문제라고 덮어둘 수 없는 일이다.

스트레스를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감정노동자’로 불리는 이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한 채 조직과 고객이 원하는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든 상냥하고 친절해야 한다는 요구 때문에 감정을 왜곡하고 억압해야 하는 상황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온다.

자연스러운 감정의 분출과 표현을 억눌러야 하는 감정노동은 건강, 특히 정신건강에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감정노동자 중 극단적 선택의 충동을 느낀 경우가 일반인의 2배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되기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개인과 사회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감정노동자의 고충을 해소해 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무원 조직에도 감정노동자들이 있다. 현장에서 민원인을 직접 만나는 일선 기초자치단체 민원공무원들이다. 이들은 감정노동자로서의 역할을 고스란히 떠맡아야 하는 부담에 더해 ‘봉사와 헌신’의 의무를 수행해야 할 책임까지 가진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스트레스의 정도가 민간 부문 감정노동자 못지않다. 여기에다 상급기관의 각종 성과평가 지표에 민원만족도가 포함되면서 감정노동 강도는 더욱 세졌다.

민원공무원에게 가해지는 민원인의 위해행위도 갈수록 늘고 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에 민원인이 공무원에게 폭언·폭행, 협박, 성희롱 등 위해를 가한 사례는 3만8000여건으로 전년보다 10% 이상 늘었다. 가까이는 지난 1월 서울 강동구에서 불법 주·정차 과태료 민원업무를 맡던 공무원이 투신해 목숨을 끊은 일까지 있다. 그는 지난해 6000건, 하루 평균 25건의 민원을 담당했는데 생전에 가족과 주변에 민원관련 고충을 여러 차례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항상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민원공무원이 업무 중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면 좌절, 분노, 적대감 등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겪을 수 있고 자존감과 의욕도 떨어진다. 이럴 경우 당연히 민원서비스의 질도 저하된다. 민원공무원의 심리적·정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일이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 뿐 아니라, 민원인 편의 향상과 행정서비스의 질 제고를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가 된 것이다.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남구는 이달부터 민원공무원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큰 7개 부서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이들은 민원여권과를 비롯해서 복지, 여성·가족, 위생, 환경, 교통, 건축 등의 분야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로 주민 생활과 밀접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민원이 많은 현장에서 갖가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업무환경에 노출돼 있다.

남구는 그동안에도 민원공무원 위해를 막기 위해 구청 민원실과 각 동에 CCTV와 비상벨 70여개를 달았고, 녹음기능이 있는 전화기 1500여대를 설치했다. 특이민원 대응 모의훈련과 1박2일의 힐링프로그램으로 민원공무원 심리안정과 스트레스 관리에도 힘썼다.

남구는 이런 노력이 민원공무원의 스트레스 유발요인을 잘 파악해서 해소방안을 제시하고, 이들이 민원현장에서 편안하고 유연한 마음으로 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슷한 경험을 한 타 지자체 공무원 중에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고 상황에 맞는 조언을 얻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됐고 업무수행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아 기대도 크다.

기초지자체 민원공무원의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일의 목적은 공무원 개인의 심리적 안정 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민원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통한 주민 만족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민원공무원의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서 남구를 찾는 민원인의 만족도를 더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손경미 울산 남구 민원여권과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울산 앞바다 ‘가자미·아귀’ 다 어디갔나
  • 축제 줄잇는 울산…가정의 달 5월 가족단위 체험행사 다채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