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나친 인공시설, 태화강국가정원 망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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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나친 인공시설, 태화강국가정원 망칠라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1.03.1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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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태화강 국가정원에 대한 관광명소화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관광명소화 사업은 한마디로 각지의 관광객들을 불러모아 가능한 많이 지출을 하도록 해 경제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수백,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국가정원을 매년 적자로 운영할 수는 없기 때문에 관광명소화 사업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정원의 품위와 시민들의 자존심이다. 새로운 시설물은 시간이 지나면 싸구려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태화강 국가정원의 영원한 가치는 자연생태가 고스란히 유지되는 강과 강변, 그리고 대숲이다. 그런데 지금 울산시의 계획을 보면 태화강과 대숲은 뒤로 밀리고 인공 시설물들이 전면으로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국가정원의 수익성도 매우 중요하지만 국가정원의 본래 가치를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울산시가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남산 능선에 건립되는 남산 전망대(타워), 국가정원과 남산을 이어주는 케이블카(공중트램), 남산로 일원의 식물원,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공중정원(태화강 정원산책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시설물을 건립하는데는 민자를 포함해 수천억원이 들어가게 된다. 시 관계자는 “태화강 국가정원을 세계적 관광명소로 도약하기 위한 사업들로, 태화강 국가정원이 가진 취약점인 ‘수익성 제로’ 극복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울산시는 태화강 국가정원 현장에서 ‘울산의 새로운 희망과 꿈을 담은 큰 평화 태화강 국가정원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2025년까지 6년간 1257억원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대부분은 관광명소화 사업의 일환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사업들을 분석해 보면 무언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부분의 시설이 외지 관광객을 위한 수익시설이라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국가정원의 기능도 달라지고 있다. 숨막히는 도심 속에서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살아온 시민들은 이제 힐링과 느림, 여유를 찾고 싶을 것이다. 시민들은 전국에서 유일한 도심 속 공간인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한없이 느릿느릿 걸어보고, 일렁거리는 대숲 속에서 푸른 공기를 마시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갈수록 태화강 국가정원은 시민들과 멀어지고 있다. 잘못하면 시민들의 국가정원이 ‘실락원(失樂園)’이 될 수도 있다.

이제 국가정원은 시끄럽고 말초적인 정원에서 벗어나 사색하고 힐링하는 정원으로 거듭나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가정원은 더 이상 옛날 방식의 정원이 아니라 인간성을 되찾는 치유의 정원이 돼야 한다. 그래야 경제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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