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디게 발전하던 언양읍이 새로운 역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KTX역이 들어선지 10여년만에 전시컨벤션센터가 세워지고 복합환승센터 건립도 진행 중이다. 상업·문화시설에다 공동주택·산업단지·문화시설이 한데 어우러지는 복합특화단지 조성도 계획돼 있다. 울산시는 중장기발전계획에서 울산과 언양 2도심체제로의 전환도 선언했다.
문제는 이같은 장밋빛 전망이 언양권역이긴 하나 KTX역세권에 쏠려 있다는 것이다. 울산에서 강남쪽으로 삼산이 새로 조성되면서 중심지였던 강북의 성남·옥교동이 장기침체에 빠졌던 것처럼 자칫 언양읍내의 활력이 KTX역세권으로 빠져나가버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오래된 도시들의 공통된 현상인 원도심이 구도심이 되는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울주군은 언양읍내와 KTX역세권의 조화로운 발전 전략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
언양시외버스터미널 부지의 활용은 그 전략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울주군이 이 부지를 매입해서 교육·문화·소통 복합공간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올해 당초예산에 200억원을 편성했다가 의회가 예산을 삭감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200억원은 내부유보금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예산을 삭감했던 의회가 17일 다시 언양시외버스터미널 부지 매입 촉구 결의문을 군에 전달했다. 5월 1차 추경에 부지 매입비를 편성해서 언양도시재생사업과 연계, 교육·문화·소통 복합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일부 의원들은 결의문에 참여하지 않았다. 예산을 삭감한지 몇개월만에 추경편성을 촉구하는 것이 말이 안된다는 주장이다. 이선호 군수도 “군의회가 동의만 해준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사겠다”고 해놓고는 5월 추경에 언양터미널부지 매입비 편성은 안할 거라고 한다. 이상한 힘겨루기 또는 다른 속셈들이 있어 보인다.
언양시외버스터미널은 정치적 공방을 벌일 대상이 아니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어떤 시설로 조성해야 언양의 미래에 가장 부합할 것인가를 두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복합문화공간의 확보는 언양읍성의 활용, 언양~ KTX역세권의 연결도로 확장 등과 함께 언양의 미래를 위해 서둘러야 할 사업이기 때문이다. 만시지탄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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