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살아있는 예술품과 4계절 교감, 건강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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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살아있는 예술품과 4계절 교감, 건강 비결”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04.22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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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재계의 ‘살아있는 전설’ 지천우 작가
30~50년된 작품 500점 소장
분재도 화가로도 명성 높아
“정원도시로 분재 관심 고조
지역내 상설전시장 생기길”
▲ 지천우 작가의 ‘분재도’

‘분재’는 화초나 나무를 화분에 심어 가꾸는 원예 기술이다. 도시 곳곳에 조성된 정원과 공원에서 잘 가꿔 진 나무와 화초를 볼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심미안을 갖춘 일부의 사람들이 개인의 공간에서 독학을 하고 직접 실습을 하며 분재를 즐기곤 했다. 1980~1990년대 울산은 대기업이 종사하는 근로자가 많다보니, 수석과 함께 분재 인구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도시였다. 그런만큼 탁월한 실력으로 명성을 얻은 분재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지천우(82) 작가는 그 중 한 사람이다. 이제는 분재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최근 울산시 남구 신정동의 자택을 방문했다. 마당에 세워진 온실은 심미적 감각과 긴 안목으로 독보적인 노익장을 쌓아 온 그의 삶을 한 눈에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분재는 작은 그릇에 자연의 축경미(縮景美)를 연출하는 겁니다. 자연의 나무를 아름답다고 여기면, 그 나무를 더 아름답게 재현하는 것이지요.”

지 작가의 원예 하우스에는 30~50년 된 분재 작품 500여 점이 신록의 옷을 갈아 입고 있었다. 그는 이를 ‘움직이는, 살아있는 예술품’이라고 여긴다. 작은 화분 하나가 4계절마다 다른 색깔을 띤다. 사계절 늘 교감하니 욕심이 없어지고 기분이 좋아져 건강해질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 지천우 작가가 자신의 원예하우스에서 분재를 돌보고 있다.

“분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어요.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사람의 손을 타니 인공적이라는 거지요. 하지만 나는 분재가 오히려 축복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반려동물처럼 반려식물인 거지요. 가지를 묵는 철사 때문에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이는 처지는 걸 막고 올바로 가도록 유인하는 것이지, 고통을 주는 게 아니지요. 향후 20~30년 후를 미리보고 설계하는 겁니다.”

태화강국가정원 이후로 울산은 도시 전체를 정원도시로 만들고, 시민정원사를 키우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래선지 부쩍 화초나 육묘, 분재 등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고 추세다.

“분재는 심미안 있는 설계와 긴 안목이 필요합니다. 우선 나무를 키울 공간이 맞아야 합니다. 자연의 비와 바람이 생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분재를 하는 것이 좋다. 공중습도와 일조량 등이 부족한 아파트에서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다만, 어차피 이쪽으로 관심이 늘어나고 있으니 오래 된, 훌륭한 분재 작품을 좀더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상설 전시장 같은 걸 지역사회가 만들어주면 좋겠다 싶습니다. 우리가 분재문화를 전해 준 일본은 분재 야외전시장이 도시마다 있거든요.”

지 작가는 분재 뿐만 아니라 분재도를 그리는 화가로도 명성이 높다. 그가 그린 분재도에는 ‘애분이양신(愛盆而養身)’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나무를 사랑하는 것은 자기 몸을 돌본다’는 뜻입니다. 자연과 늘 교감하면 몸은 자연스럽게 건강해 집니다. 우리 울산은 ‘숲이 울창한 도시’라는 뜻이지요. 온 도시에 나무가 더 많았으면 합니다. 아무리 좋은 건물도 100년 이상 못가지만 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아름답고 고풍스러워집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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