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술판으로 바뀐 국가정원, 자부심이 수치심으로 바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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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술판으로 바뀐 국가정원, 자부심이 수치심으로 바뀔라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1.05.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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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국가정원이 야간 술판으로 변하고 있다. 온갖 쓰레기가 산더미를 이루고,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는 악취를 풍기고 있다. 국가정원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더욱이 매일 수십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데도 마스크를 끼지 않은 시민들도 수두룩하다. 음식물을 먹으면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은 코로나19 감염을 초래하는 가장 위험한 행동이다. 그러나 태화강국가정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밤마다 쏟아져 나와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다.

울산은 최근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덮치면서 지난 한 달간 확진자 수(772명)가 지난해 전체 확진자 수(716명)보다 많은 것으로 기록됐다. 특히 지난 4월말에는 하루 확진자가 39명까지 발생하는 등 울산 전체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로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영국 변이의 경우 기존 코로나19보다 전파력이 매우 높다. 따라서 울산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유지하면서 영업시간을 저녁 9시로 제한한 바 있다. 그러다가 확진자 수가 일부 감소하자 지난 24일부터는 영업시간을 10시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현재도 지역 곳곳에서 산발적인 감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안심할 단계는 아니며, 영국발 변이바이러스로 인한 감염확산 위험도 상존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전혀 줄어들고 있지 않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707명 늘어나 12일만에 다시 700명대로 올라섰다. 최근 코로나19 발생 양상을 보면 수도권뿐 아니라 비수도권에서도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대부분 시·도에서 두자릿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태화강국가정원 잔디원에는 연일 술판이 벌어지고 있다. 저녁 9시쯤이 되면 아예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시민들이 국가정원에서 삼삼오오 바람을 쐬는 것을 비판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들이 떠나간 자리에는 온갖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대부분이 ‘5인이상 집합금지’라는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울산시가 ‘5인이상 집합금지, 음주소란·흡연 금지’ 등의 현수막을 걸어뒀으나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가 높아지자 급기야 울산시는 소풍마당 등 일부 시설의 폐쇄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태화강국가정원은 울산시민들의 세금으로 만든, 스스로 아끼고 자랑스러워 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만일 시민들이 지금처럼 정원을 아무렇게나 이용하고 더럽히고 방치한다면 누가 과연 울산을 찾아 올건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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