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 저구항을 향해 새벽 5시 울산을 출발했다. 통영서 소매물도까지는 1시간50분 걸리지만, 거제 저구항에서는 5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울산에서는 거가대교를 지나 저구항으로 가면 시간도 절약되고 주위 경관도 아름답다.
10여년 전에 소매물도를 가려다가 출발 하루 전에 파도가 높아 예약이 취소된 적이 있다. 소매물도는 선착장 접근이 어려운 섬이다. 오늘은 다행히 날씨가 좋다. 8시30분 첫배를 예약했다. 이른 시간이라 주위 명소를 탐방하고 여유롭게 도착했다.
저구항에서 매물도를 향하는 배를 탔다.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선내에 있기보다 뱃머리에 올랐다. 배 위로, 바다 위로, 갈매기의 향연이 펼쳐진다. 수많은 갈매기들이 관광객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먹기 위해 배를 좇아 온다. 새우깡을 들고 있는 사람의 손가락을 물기도 하고 갈매기들끼리 싸우기도 한다. 주변 풍경 못지않게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왼편에는 4년전, 초등 동기생과 함께 산행한 적이 있는 비진도가 보인다. 해안선의 길이가 550m나 되는 백사장은 모래가 부드럽고 수심이 얕아 여름철 휴양지로도 손꼽힌다. 해발 312.5m 높이의 선유봉 정상에 오르면 산호빛 해변이 한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섬이다. 오늘도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배는 선착장에 도착했다. 능선을 향해 중간쯤, 벤치에 앉아 준비해간 음식으로 끼니를 간단히 해결하고 등대섬을 향해 트레킹을 시작했다. 탐방로는 두개다. 해안둘레길로 가면 등대섬까지 2.3㎞, 지름길로 가면 1.3㎞다. 중간에 합류한다. 난이도는 비슷한데 경치는 아무래도 해안둘레길이 좋다.
해안 길을 따라 걸으니 주위 풍광과 꽃향기가 상큼하다. 힐링되는 기분 좋은 시간이다. 꽤 힘든 마지막 구간을 지나니 등대섬으로 건너갈 수 있는 몽돌 해안이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이어주는 굵은 자갈길인 몽돌밭은 하루 두 번 열린다. 거리는 70m이다. 몽돌이 파래 등으로 미끄러워 조심해서 건너야 했다. 여기서부터 등대까지는 완만한 경사로로 쉽게 갈 수 있다.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 바닷길이 1시간 전부터 열리기 시작했다. 출발 전에 한솔해운홈페이지나 전화로 배편과 시간 그리고 물때를 잘 맞추어야만 한다.
소매물도의 포인트는 몽돌 해안과 등대섬이다. 갯바위에 부서지는 하얀 포말과 장엄한 경치는 비경이다. 아름다운 등대섬을 보기 위해 소매물도를 찾는다고도 할 수 있다. 등대 바로 아래에 서서 소나무와 어우러진 경관과 주변의 기암괴석을 조망하면서 1시간 이상을 머물렀다. 4시간 동안 둘러본 예쁜 섬 소매물도 등대섬, 매사는 힘든 만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여독이 풀리니 아름다운 장면들이 더욱 선명하다.
이동웅 전 울산여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