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천의 음악이야기(188)]백년전쟁과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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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의 음악이야기(188)]백년전쟁과 음악
  • 경상일보
  • 승인 2021.06.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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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천 울산대 객원교수·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백년전쟁은 영국과 프랑스가 1337년부터 1453년까지 116년 동안 벌였던 전쟁이다. 프랑스 왕 샤를4세가 후사 없이 작고하자 조카인 영국 왕 에드워드3세가 적통자임을 내세워 왕위를 계승하려했으나 프랑스 왕실에서 그가 아닌 프랑스에 있는 샤를4세의 사촌 필립6세를 옹위하여 즉위시키자 영국 왕 에드워드3세가 보복차원에서 일으킨 전쟁이 바로 백년전쟁이다. 사실 영국과 프랑스는 오래전부터 영토분쟁 등이 있어 왔기 때문에 국민들은 왕실간의 세력다툼이라 생각했고 100년 이상 끌고 가는 지리한 싸움이었기에 승패에 대한 격렬함은 없었다.

전쟁, 그 보다는 전쟁을 하기 위해 군대의 이동이나 군수 물자를 보급하는 과정에 양국 간의 교류가 더 활발해지고 이에 따라 문화교류도 다양하게 일어났다. 음악에서도 이 시기는 르네상스시대의 영국 음악이 프랑스에 유입되는,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교류가 있었다.

영국 왕 헨리4세의 아들 베드포드 공작 존이 프랑스존 섭정관으로 파견 갈 때 그 일행으로 존 던스터블(John Dunstable 1390~1453)이 함께 가서 프랑스에 머물게 된다. 던스터블은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이며 작곡가여서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여러 음악가들에게 영국의 음악을 소개했다. 그동안 섬나라인 영국의 음악을 접하지 못하다가 던스터블의 음악을 보고 유럽 대륙 특히 프랑스의 음악이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영국 음악을 받아들이고 모방하여 새로운 음악이 창조되는 중요한 음악적 변화가 일어났으며 영국 작곡가인 던스터블의 제자가 프랑스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기욤 뒤파이(Guillaume Du Fay1397-1474)와 질 뱅슈아(Gilles Binchois 1400~1600)는 던스터블이 전해준 영국음악에 프랑스식 음악을 접목시켜 새로운 음악 양식을 나타내는 등 근대 음악의 기초와 뿌리가 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던스터블은 백년전쟁이 끝나는 해 세상을 떠났고 그가 전파해 놓은 음악은 지금 우리에게까지 전해져 우리의 문화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귀한 음악으로 살아 있다.

구천 울산대 객원교수·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추천음악=John Dunstable 작곡-Quam Pulchra es(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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