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인건비 상승, 구인난, 매출 감소 등 3중고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 북구 소재 A자동자부품업체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자동차 수출이 막혀 큰 손실을 입고, 최근들어 회복세를 보이는데 주 52시간제로 또다시 발목을 잡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주 52시간을 맞추기 위해선 인력 충원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채용공고를 내도 일할 사람이 없고, 코로나 확산으로 외국인 근로자도 찾기 힘들어 졌다”면서 “작은 규모의 하청업체에 왜 대기업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려고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북구지역 B 부품업체는 중소기업 연장근로야 말로 나랏돈 한 푼 안들이고 생산·소비 진작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인데 주52시간제는 이마저도 차단하는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사 대표는 “현재 제네시스 GV80, 팰리세이드 등 인기 차종의 경우 주문 후 고객 인도까지 수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주 52시간제로 생산이 지체되면 예약대기 기간이 더 길어질 것이다. 해외의 경쟁업체들에게 고객을 빼앗기는건 시간 문제다”고 호소했다.
건설업계도 주 52시간제로 인한 손해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사단계에서 주 52시간을 맞추다 보면 공사기간을 맞추기가 힘들고, 당초 예상했던 인건비도 훌쩍 넘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울산 울주군 소재 C건설회사 관계자는 “공기를 맞추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현장 인력을 더 뽑아 쓰다 보면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 선주들의 주문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조선업의 경우에도 경직적인 주 52시간제로 대응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사업주뿐만 아니라 야근·특근 수당이 사라지면서 임금이 감소하는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새어 나온다.
울주군 지역 D제조업체 관계자는 “기본급이 워낙 낮아 잔업수당으로 먹고 사는데 잔업이 금지되면 현재 월급의 70% 정도 밖에 못 받는다. 이 부분은 정부가 지원해줄 것도 아닌데 왜 잔업을 금지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직된 주 52시간제가 코로나 충격 회복에 안간힘을 쓰는 산업 현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만큼 한시적으로 유예하거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는 이날 ‘주 52시간제 대책 촉구 관련 경제단체 공동 입장’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경제단체는 “신종 코로나 여파로 어려운 상황에서 보완책 없이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면 큰 충격을 주게 된다”면서 “50인 미만 기업에도 대기업과 50인 이상 기업처럼 추가 준비기간을 줘야 한다. 대기업에 9개월, 50인 이상 기업에 1년의 계도 기간이 부여된 점을 고려하면 대응력이 낮은 50인 미만 기업에는 그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최소한 조선·뿌리·건설업 등 근로시간 조정이 어렵거나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주 52시간제 준수가 어려운 업종, 집중 근로가 불가피한 창업기업에 대해서라도 추가적인 준비기간을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중기중앙회가 지난 10~11일 뿌리산업·조선업종 207개 사를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4.0%는 아직 주 52시간제를 시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 중 27.5%는 다음 달 이후에도 주 52시간제 준수가 어렵다고 답했다. 준비하지 못한 이유로는 인력난(42.9%)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 뒤를 주문 예측 어려움(35.2%), 인건비 부담(31.9%)이 이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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