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영화 ‘빛나는 순간’은 고두심(70)과 지현우(37)의 로맨스로 이목을 집중시킨 영화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바다와 숲을 배경으로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온기로 상처를 보듬는 두 사람을 감성적으로 그린다.
해녀 진옥(고두심)은 숨을 참고 물에 들어가 전복, 멍게 등 해산물을 잡는 물질도, 성질도 제주도에서 제일가는 거친 인물이다. 진옥을 취재하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다큐멘터리 PD 경훈(지현우)에게 진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어떻게든 진옥을 설득하기 위해 주위를 맴돌던 경훈은 바다에 빠지게 되고, 진옥이 가까스로 경훈의 목숨을 구한다. 진옥은 목숨을 구해준 보답으로 매니저 역할을 하겠다며 자신의 뒤를 따라다니는 경훈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물질할 때 입는 고무 옷 대신 잔잔한 무늬가 들어간 치마를 곱게 입고, 조심스럽게 립스틱을 바른 얼굴로 경훈과 함께 숲을 찾은 진옥은 카메라 앞에서 가슴 깊이 숨겨왔던 아픔을 털어놓는다. 늦은 밤 경훈 역시 진옥의 품에 안겨 삼키고 있던 과거의 슬픔을 쏟아낸다.
나이 차이가 큰 두 사람의 사랑은 다소 급작스러운 전개와 같은 아픔을 공유한다는 단조로운 설정으로 공감을 끌어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부족함을 메운다. 고두심은 50년차 대배우의 연기 내공으로 노년에 찾아온 사랑에 대한 당혹감과 애틋함을 섬세하게 연기한다. 지현우는 담담한 연기로 두 사람의 사랑에 진정성을 더한다. 30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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