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 등의 여파로 경기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데다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수출 위축 등이 현실화하고 소비도 위축되면 성장률 하락도 불가피하다. 최악의 상황에는 경기는 침체하고 물가는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 확산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대외 여건에 대한 우려로 경기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경고했다. KDI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로 주요국 주가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국제유가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가격이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로 급등하면서 우리 경제에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배럴당 130달러선을 돌파했다.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139.13달러에 거래됐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30.5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날 원/달러 환율도 장중 1220원 선을 뚫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위험회피 심리, 국제유가 급등 등으로 달러화 강세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국제유가와 환율 동반 상승은 일단 국내 체감 유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최근 3%대 중후반인 물가 상승률에 더 큰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이날 국내 휘발유 리터당 가격은 전국 평균 1819.10원으로 상승했다. 전남과 부산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1800원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제주는 1919원까지 올랐다. 유가와 함께 곡물 등 다른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것도 물가 상승률에 상당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기업 비용 부담이 늘면서 가공식품 등 제조업 상품 전반의 가격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수요 회복이 가속하면서 외식 등 개인 서비스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여기에 공급 측면 가격까지 크게 오르면 물가 상승률은 현재 수준보다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였는데 조만간 4%대 상승률을 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가 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10여 년 전인 2011년 12월(4.2%)이 마지막이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압박에 시달리는 데다 대(對)러시아 제재로 교역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주도의 한국 경제는 여기에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경기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물가 불안과 수출 감소에 따라 투자 위축, 소득·소비 감소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면 성장률 저하는 불가피해진다. 경기가 꺼지고 물가는 계속 오른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덮칠 수 있다. 경기 하강의 강도가 약할 때는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형중기자·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