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 여러 가지를 물건을 입에 넣고 삼키기도 한다. 부모가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순식간에 언제 무엇을 먹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단단한 물건은 뱉어낼 수 있지만 액체류를 삼키면 중독에 이를 수도 있다. 중독은 모든 나이 때의 아이들에게서 생길 수 있는 사고지만 응급실을 찾는 중독 사고는 1~3세 소아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나이에 따라 원인 물질이 다양하지만 어릴수록 가정 내 비치 약물이나 화학제품에 의한 사고가 잦아서 보호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소아 중독에 따른 조치와 주의 사항을 김미진 울산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화학약품 소량도 위험
소아 중독사고는 대체로 의도치 않게 생기고 소량 복용하거나 독성이 강하지 않은 물질 중독이 많아 다행히 예후가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일부 화학제품과 약물은 소량복용도 위험할 수 있다.
이런 소아 중독은 증상만으로도 알 수 있다. 아이의 입이나 손, 옷, 주변에 이상한 냄새가 나거나 물질이 묻은 경우, 내용물이 없어진 빈제품 용기, 뜯어진 약봉지 등이 있다면 중독을 의심할 수 있다.
중독 증상은 중독물질의 종류와 양, 노출 시간, 아이의 몸무게,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다르다. 소량을 복용했을 때는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지만 원인 물질에 따라서는 갑자기 호흡이상, 청색증, 창백함, 식은땀, 오심, 복통, 구토가 있을 수 있다. 의식이 변하거나 경련이 생길 수도 있다. 강산, 강염기, 독성 알코올이나 알코올 함유제, 캡슐형 세제, 네일 리무버, 염색약, 담배, 쥐약 등은 증상이 없어도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
김미진 울산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무독성 물질은 중독물질과 섭취한 양이 정확히 확인되고 제품의 표지에 잠재 독성이나 소비자 보호용 경고 표시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비교적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며 “그러나 무독성이라도 많은 양을 먹는 경우 여러 가지 물질을 함께 섭취하는 경우 중독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용품도 이상 생기면 치료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활용품인 유아 비누, 로션, 샴푸, 세정제, 불소가 없는 치약을 적게 먹는 것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100% 몸에 안전한 제품은 없다. 이때문에 몸에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가정용 살충제, 표백제, 세제류, 페인트, 시너, 알코올이 함유된 손소독제 등은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더욱이 가정 내 보관한 약물은 소아에게 치명적이다. 중독사고로 응급실을 찾은 5세 이하의 20% 가량이 약물에 의한 사고다. 이는 성인에 비해 아이들은 약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어른이 처방받은 항부정맥제, 칼슘통로차단제, 당뇨병약, 삼환계 항우울제, 항경련제, 아편 유사 진통제 등을 소아가 한 알이라도 먹으면 위험할 수 있기에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때문에 약물이나 화학제품은 항상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서 사고를 미리 예방해야 한다. 또 약물은 원래 처방전이나 약품 설명서와 함께 보관하고 여러 약품을 섞어서 보관하지 않도록 한다.
이는 가정에서도 언제든 중독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물이나 화학제품은 항상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안전 조치만 잘한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사용하지 않는 약물은 보관하지 말고 반드시 폐기하고, 여러 화학제품의 용기 뚜껑은 사용 후 꼭 잠가 두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며 “주의사항 라벨이 붙어 있는 원래 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강제로 토하게 하는 것 피해야
안전 조치에서 아이에게 화학제품이나 약물중독 사고가 발생했다면 먼저 어떤 증상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아이의 의식이 떨어지고 창백해지면 즉시 119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한다.
만약 입으로 삼켰다면 입안과 주변의 남은 물질을 제거하고, 눈이나 피부에 닿았다면 수돗물로 15분 이상 깨끗이 씻어낸다. 억지로 토하게 하려고 하면 추가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화학제품이나 약물중독 사고가 발생했을 때 중요한 것은 노출 시간과 아이의 증상, 먹은 물질의 종류와 양을 파악하는 것이다.
김 교수 “의사의 진찰과 상담을 받으실 때는 물질을 담고 있던 제품 용기 또는 복용한 약의 처방전을 가지고 방문하시는 것이 필요하다”며 “실물을 가져가지 못할 경우는 처방전이나 약봉지, 제품 용기의 라벨이나 설명문을 핸드폰 사진으로 찍어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전상헌기자